잘해줬는데 왜 나만 힘들까 - 휘둘리지 않고 단단한 나로 살기 위한 연습
이현진 지음 / 파르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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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착한 사람, 배려하는 사람 코스프레만 하다가는 착한 사람도 못 되고, 나쁜 년도 못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p.17)


심슨은 이렇게 말한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그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마." (p.58)

실수한 부하직원 때문에 오늘도 또 버럭! 하고 나서는 아차 싶다. 내가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악랄하게 보일까 또 걱정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입 꾹 다물고 있다고 그들이 반드시 나를 좋게 보거나 내가 좋은 사람으로 칭송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확실하지도 않은 것에 연연하느라 감정을 소비하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었는데. 십 오년 전, 첫사랑이 양다리라는 소문에 괴로워하던 나에게 저 심슨의 말을 그대로 적은 쪽지를 내밀었던 나보다 성숙했던 친구가 떠오른다. 나는 아직도 그 때 그대로였다.


백 날 이렇게 에세이를 읽어도 나란 사람이 타고난 성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구역의 썅년으로 사는 것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못할 일이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회사에서 적당히 착한 척 하는 욕심많은 (지들보다) 어린 여자에 불과했다. 생각하기 나름으로 적당히 지금의 어설픈 듯한 나도 나쁘지 않다. 이 사회 여기에 이대로 뼈를 묻을 게 아니므로, 나의 발톱을 깜냥의 송곳을 모두 드러내려고 애 쓸 필요 없다고 오늘도 나를 다독인다.
 


줄곧 '관계'라고 표현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나와의)관계'라고 수백 번 고쳐썼다 (p.8)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다들 한다'는 이유로 의심 없이 해왔던 건지, 나만의 속도와 방향도 모른 채 (p.188)

이 대목을 읽고 이마를 짚었다. 회사에서 언제나 평판에 신경쓰고 남의 눈치만 보는데,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음을, 책을 읽기 전까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나 자신에게는 특히 가혹하고 언제나 칭찬에 인색했었다.


굳이 나누자면 결혼을 하고싶기 보다는 비혼주의에 가까운 사람이었던 내가, 한국에 들어와 줄곧 남들의 말에만 쫒겨온 것은, 다름아닌 나만의 속도를 잊게 된 까닭이었다. 필요하지 않고 생각도 없어 따지 않은 운전면허 쪼가리는 없어도 늘 당당했으면서, 왜 고생길의 상징인 아이가 없는 것에 인생이 뒤쳐진 듯 요즈음 조급했던 것일까.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운전면허는 딸 수 있지만 생물학적인 노화는 곧 나의 감가상각이 아닌가 생각했던 나 스스로가 부끄럽다. 이현진 작가가 필요도 없던 운전면허를 딴 것처럼, 나도 굳이 결혼을 해야된다는 생각에 의심을 던질 필요가 있다. 꼭? 왜? 지금?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p.121)

몇 년 후 지금보다 좋은 곳으로 이직과 이주를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늦지 않게 진급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또한 더 나이먹기 전에 좋은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다시 있던 나라로 내가 있었던 지위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마음은 나를 조급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왜 그때 더욱 열심히 임하지 않았던가. 왜 좀 더 참고 버티지 못했을까. 지난 날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은 현재의 불행을 가속화한다. 지금 내 마음의 지옥은 팔할이 미래에 대한 걱정 탓이다. 현재를 만끽하고 싶다. 이제 그만 행복해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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