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비트 세대(Beat Generation, 패배의 세대)는 1920년대 로스트 세대(Lost Generation, 상실세대)를 잇는, 2차 세계대전 후 1950년대 중반 미국의 보헤미안적 예술 기조를 칭한다. 그 방식은 혁명가적이거나 방랑자 느낌의 예술가들도 있는데, 기성 세대의 주류 가치관을 거부한다. 조금 낯설고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비트 세대 문학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주인공 윌리엄 리는 앨러턴을 사랑한다. 하지만 리의 일방적인 마음은 앨러턴에 받아들여 지지 않고, 리의 마음은 솔직하고 애처롭다 못해 당황스럽다. 작가는 약물에 빠진 주인공의 육체적 욕망을 스스럼없이 글로 담았다. 


  저자 윌리엄 버로스(William S. Burroughs)는 소중했던 아내 조앤을 실수로 쏘아 죽인 과거가 있다. 지우고 싶어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상처, 발버둥치며 벗어나고자 했던 그 고통의 기억을 녹여서일까. 이 작품은 배경이 되는 멕시코시티의 분위기 만큼이나 무척 우울하며, 윌리엄의 성향이 밴 자전적 고백으로 들린다. 프롤로그를 통해 말 문을 열고 본 편을 거쳐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성도 내용의 진정성에 힘을 실어준다.


  재생용지를 이용하여 가볍고 전형적인 고전의 외양을 그대로 재현한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세트는 총 7권으로 구성되었다. 색상은 화려하지만 심플한 표지디자인 역시 나처럼 세트 욕심이 많은 독자들의 소장욕을 자극한다. 총기 및 마약에 쉽게 노출된 살인율 1위의 도시 멕시코시티. 모르는 사람에게 비판받을 생각도 타인의 행동을 비판할 생각도 갖지 않는, 가난하고 타락한 사람들로 가득찬, 그 곳의 삶이 문득 궁금해진다. 동성애에 대한 묘사가 있다는 이유로 집필된 지 30년 후에야 1985년 출간되었다는 이 소설, 펭귄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세련되게 재탄생한 이 고전이, 이 시대에 진가를 꽃 피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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