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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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와 내담자 사이의 심리치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전이Transference와 역전이Countertransference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에 공감하며 조언해주는 상담자에 애정이나 증오 등 개인적인 감정을 갖는 현상이다. 상담자 역시 내담자에게 과하게 몰입하거나 비이성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역전이 현상으로 고충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이러한 전이를 이용한 성범죄가 종종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팍팍하게 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시카는 완벽해 보이는 실즈 박사에 신뢰를 갖고 의지하게 되었다. 실즈 박사에 잘 보이고자 비윤리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그녀를 따르게 되는 제시카의 행동은 전이로 설명할 수 있다. 혼자만의 비밀로 고독했던 제시카에게 따뜻한 위안으로 다가온 박사의 달콤한 제안과 금전적인 보상을 누군들 쉽게 떨칠 수 있었을까.


실즈 박사가 자신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숨겼던 제시카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과정도, 내담자였던 에이프릴과 잠자리를 하게 된 토마스의 실수도 역전이 현상에서 왜곡된 결과일 것이다. 아울러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평생 자유롭지 못했던 이의 행동도 이해할 것 같았다. 상담자든 내담자든 우리는 누구나 다르지 않은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기에 참 가엾다.


실즈 박사, 제시카, 그리고 에이프릴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으며 반전을 거듭하고 예상 외의 진실에 가까이 갈수록 나 역시 가슴이 답답했다. 비뚤어진 사랑, 그로 말미암은 실수, 그리고 후회와 두려움. 나라면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스릴러 소설 <익명의 소녀>에서 흥미로운 의사와 내담자의 심리 싸움을 엿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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