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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평점 :
요즈음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을 보면 그 범죄의 잔혹한 죄질에 비추어 턱없이 가벼워 보이기에, 법적 안정성에만 치우쳐 사회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듯해 자주 답답함을 느낀다. 1953년에 제정된 형법은 60년도 더 지난 오늘날의 현실을 미쳐 따라가지 못했다. 따라서 국민의 법 감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현 법리를 이해하는데 이 책이 도움을 줄 것 같았다.
하지만 저자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전작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시리즈와 달리 이 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별로 내지 않는다. 그저 실제로 있었던 12가지 사례와 그 판결을 소개하는 데에 그친다. 이 책은 그 당황스러운 실제 사례들에 대한 감회와 판단을 온전히 독자에게 숙제로 남겨둔다. 작가의 담백한 어투 및 간결한 번역체가 책을 읽는 나의 머릿속을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법제를 따랐고 일본은 독일의 그것에 기반했기에, 우리나라와 독일의 법은 상당히 많이 닮아 있다.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기까지 한 이 책의 판결들이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절대선과 절대악은 존재하지도 가려낼 수도 없다는, 그저 법리적으로 심사할 뿐이라는. 그것이 진정 작가의 기획 의도일까. 99%의 확신과 1%의 의심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할 지,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이 책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는 나의 생각을 환기할 수 있도록 자극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