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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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재작가 이상은 의외로 어려서 화가를 꿈꾸었을 만큼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고 경성고공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의 전문 기술을 지닌 건축가였다고. 흰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창백한 얼굴에 나비모양 콧수염을 한 그의 외양,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던 그가 총독부의 건축기사로서 현 서울대 인문학부 건물을 설계했음직한 모습, 그리고 하웅이라는 예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태원 소설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던 그의 이색 이력들.


이상의 세 여자들 중 단연 기생 금홍이와의 애증의 관계가 특히 흥미로웠다. 결핵환자의 건강을 악화시킬 정도로 색기 넘쳤던 금홍, 사인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아무쪼록 이상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결핵과 함께 그녀는 이상에게 또 다른 창작의 원천이었으리. 가난한 환쟁이, 오입쟁이, 폐병쟁이 같은 수식어가 뒤 따를지언정, 짧은 시간 강렬하고 파격적인 작품들로 문단에 큰 획을 그은 이상을 시대를 앞서간 천재 모더니스트로 계속 기억할 것이다.


여류시인으로 잘 알려진 모윤숙은 사실 욕심 많은 정치가였다. 일제의 요구로 친일파로 변절한 문인들이 많지만, 특히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친일파로 변모한 그녀는 일본의 패망 이 후에는 반공주의자가 되어 미국을 찬양하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덕인지 콩고물을 누리며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야심찬 권력가이며 UN의 실세 의원이던 메논이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지지하게 만들었던 엄청난 여자 모윤숙. 하지만 춘원 이광수라는 한 남자 앞에서 유독 소녀 같은 마음을 가졌던 그녀가 다소 측은하다.


그간 내가 유명한 문인들의 작품을 읽었다고 그들을 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자료 수집부터 집필과 책의 출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고, 문인의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후손들을 걱정할 만했던 비화(祕話)는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이상과 금홍의 관계를 엔조이로 보거나 모윤숙에게 문학적 영감과 함께 남자로서의 여지(?)도 주었던 춘원 이광수를 소위 나쁜 남자에 빗대는 등, 저자의 과감하고 솔직한 발언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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