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여대생 그리어는 파티에서 틴즐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캠퍼스 내에 그녀 같은 피해자들이 여럿 있음에도 대학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문책을 하지 않는다. 그리어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력한 현실 앞에서 고민했고, 여성운동가 페이스의 강연에 참석하여 페이스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어는 페이스로부터 안주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배우고 점차 단단해진다.

이 책은 그리어와 그녀의 다양한 친구들의 성장소설에 가깝다. 미국에서 히트한 작품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도 거울을 보는 듯 손색이 없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외모의 잣대로 품평하는 사회, 여성의 무너진 인권 앞에 침묵하는 사회 등등. 여자로 살면서 수 없이 부딪히는 일들 앞에서, 어려서 나는 늘 혼자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하지만 공론화 된 문제의 피해자 여성이 낙인 찍히는 현실을 보고 자라면서는, 나는 그저 억울한 피해자로 입을 다물게 되었다. 책을 통해 페이스의 강연을 들은 청중의 입장으로서 나 역시 그녀의 조언이 뇌리에 남아있다.

그리고 인정해야만 했다. 나도 어디에서 여성의 인권이나 사회에서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 논의할 때,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따위의 비겁한 전제를 깔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페이스는 자신의 강연에 모여든 이러한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우리는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억압받고 싶지는 않으면서 왜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정치적 운동을 부인하는 것 일까. 나의 경우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 혹은 변질된 페미니즘에 대한 스스로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이 책을 고르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이나 여성운동의 이름표를 떼고서도, 생각보다 가볍게 일독할 만한 책이라고 <여성의 설득>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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