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계승자 - 김정은 평전
애나 파이필드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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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여러 책을 읽는 요즈음이지만 이렇게 버스에서도 전철에서도 손에서 떼기 힘든 책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와아 이 책, 흡인력이 대단한 물건이다. 발행 시기도 탁월했다. 내가 이 책을 읽는 지금은 분단 역사 이래 처음으로 남북미 세 명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을 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는 시기이다. 하지만 달라진 것 없이 우리나라는 휴전 중인 분단국이며 북한의 행보는 종종 예상을 빗나간다.

 

개인적으로 흥미 있게 읽었던 것은 북한의 서민들의 실상과는 현저히 동떨어진 김씨 가문의 삶에 대한 상세한 묘사였다. 저자 애나 파이필드 기자가 오랜 시간 북한 연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이 책의 디테일과 엄청난 양의 주석들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문자 그대로 영화를 누린 김정은의 삶을 엿 보면서 왜 3대째 이 독재정권을 움켜쥐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을 대목이었다.

 

북한 안에서도 철저하게 기획된 도시의 가짜 세상 속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자라 온 김정은. 12세에 떠난 스위스 유학에서 마저도 방과 후 농구를 할 때 김정은이 골을 넣으면 박수를 쳐 주는 직원들(?)이 동원되어 떠 받들여진 그였다. 그런 사람이 과연 배를 곯아 인육을 먹으며 자란 조부모를 둔 현 북한 서민들의 생활을 짐작이나 할 수 있으며 어떻게 그들의 삶을 향상시켜 줄 수 있을까.

 

책의 또 다른 묘미는 김정일의 장남이던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김정은의 온갖 대역을 행했던 고모부 장성택 등과 같이 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계보에서 제외되어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조명이었다. 이들이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처리된 정황,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햐여 생길 수 있는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는 김정은의 카리스마.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 본 김정은에 대한 이 책의 시각은 앞으로 북한을 대하는 우리의 처세와 국제관계에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던진다.

 

과거 일본인들을 암암리에 납치하기도 했으면서스시 요리사를 초빙해서 특급 일식요리를 매주 먹으며 자란 사람들. 그리고 그 일식 요리사와 친구가 된 김정은. 재일동포 출신의 어머니를 두고서도 일본을 배척하며 권력을 다져 온 모순 덩어리의 정권. 그의 성장배경과 사람됨을 알아가는 과정은 궁지에 몰린 북한이 핵을 빌미로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에 어떤 강수를 둘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게 해 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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