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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평점 :

원한다면 누구나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기야 하나, 나는 책을 고를 때 작가소개를 먼저 살피는 편이다.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저자가 마음을 말랑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썼으니, 가히 신춘문예를 뚫은 사람이다 싶었다. 저자 하유지씨의 글은 처음 읽는데 호오 이것 참 물건이네, 키득키득 잔잔한 재미에 빠져들어 단 숨에 책을 끝냈다.
일에 치여 화장실을 치울 생각도 하지 못하는 영오는 어느덧 서른셋이다. 주변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영오보다도, 고작 학교에서 배운 게 다 일텐데, 본인의 커다란 상처를 안고서 다른이의 마음을 어를 줄 아는 미지가 훨씬 어른에 가깝게 느껴졌다. 나 역시 영오처럼 어느덧 서른셋에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챙길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일관하는데, 문옥봉 할머니가 옆에서 이런 나를 본다면 아마,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웃으며 한소리 하시겠지.
삭막하고 팍팍한 세상과의 사투로 예민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즈음, 각자의 환경과 처지를 초월하여 우리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 작가는 따뜻한 눈을 가졌을 것이다. 강주나 미지처럼 영오의 차갑게 굳은 마음의 벽을 허물어줄 그릇이 너른 어른들이 내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욕심이 고개를 들었고, 나아가 나 또한 누군가의 기억속에 따뜻한 말 한마디 손길 한 번 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