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사실 제목이 흥미를 끌었다. 왠지 모르게 '어쩌다'라는 표현이 좋았다. 사회학자인 피터 버거의 자서전이라는데, 노학자의 자서전이라는 묵직함ㅡ내지는 퀴퀴함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던 점도 끌리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기대는 충족되었다.

 

저자가 80이 넘은 대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체가 시종일관 경쾌하고 재기발랄했다. 자신이 선택하고 60년이 넘게 걸었던 사회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무겁게 폼 잡지 않았다. 사실 이건 정말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그가 살았던 시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는 자신에게 사회학이 자기 정체성의 3위쯤 된다고 말하는데, 이런 점이 그의 삶에 균형감각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닐까? 사실 사람은 누구나 다 '어쩌다' 태어나고, '어쩌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모두 그렇게 '어쩌다' 산다(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국민' 모두가 '민족중흥의 위대한 역사적 사명'을 가져야 할 때도 있었지만(사실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그런 말은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다' 부여받은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어쩌다' 받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무겁게 생각할 필요 있나, '재밌게' 살면 그만이지. 저자는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 "부모님께 들은 얘기다. ...(중략)... 아주 정교한 장난감 전기 기차를 선물로 받았단다. 모형 풍경 사이로 여러 개의 철로와 터널이 설치돼 있고 거기로 기차가 통과하는 그런 장난감이었다. 부모님 말씀이, 나는 이 장난감의 놀라운 기술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고 했다. ...(중략)... 대신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는 기차에 탄 상상 속의 승객들과 얘기를 나누더란다. / 그 때 이후로 나는 내내 그런 대화를 나눠왔다고 할 수 있으리라. 후회하지 않는다. 아주 재미있었다. 아직도 그렇다." 그렇다. 재미있게 살자.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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