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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끄기 연습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올가 메킹 지음, 이지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몰입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이라니!
책 제목과 잘 어울리는 표지 디자인과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표지에 보이는 노란 부분(생각끄기 연습, 노란 불빛, OFF)들이 코팅을 씌운 듯 맨들맨들(?)한 느낌이었는데 이런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표지가 인상깊었다.
이 책은 세계 최고의 '닉센' 전문가인 올가 메킹이 네덜란드의 휴식법 닉센(NIKSEN)에 대해 소개한 책으로, 닉센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멍때리기'와 비슷하다. 평소 멍때리기를 종종 하는 나이기에 책을 읽기 전부터 과연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졌다.
CHAPTER 1. 우리가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유
CHAPTER 2. 닉센이란 무엇인가
CHAPTER 3.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들
CHAPTER 4. 하루 10분, 생각 끄기 연습
CHAPTER 5. 행복은 멀리서 오지 않는다
CHAPTER 6. 생각 끄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팁
목차는 총 6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챕터 1에서는 우리가 끊임없이 바쁜 이유와 그런 현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내용을, 챕터 2에서는 닉센의 개념에 대해, 챕터 3에서는 닉센의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챕터 4에서는 직장&집&공공장소에서 닉센을 하는 방법, 챕터 5에서는 닉센의 나라 네덜란드에 대해, 챕터 6에서는 닉센이 효과적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다.
목차를 보며 인상깊었던 건 닉센에 대해 좋은 점만 이야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닉센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따로 마지막 챕터에 담았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100% 맞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까지 해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더 따스한 시선으로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CHAPTER 1. 우리가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유
24시간 연결되는 삶, 50쪽
"내면을 바라보고 자신을 달래며 자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알아가는 대신 우리는 전자 기기를 바라봅니다. 내적 통제성 대신 외적 통제성을 갖게 된 거죠."
- 심리학자, 도린 도전 머기(Doreen Dodgen-Magee) -
바쁜 게 일상이 된 사회, 65쪽
"사람들이 매 순간을 무언가로 채우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 같아요.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생산적으로 쓰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죠. 그래서 틈만 나면 인터넷에 접속해 화면을 스크롤해요. 정신이 가만히 쉴 시간을 좀처럼 주지 않는 겁니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스마트폰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 아무것도 안 해~"라고 얘기하는 순간에도 아마 스마트폰으로 스크롤을 휙휙 내리며 무언가를 보고있을 만큼 스마트폰은 거의 깨어있는 내내 내 옆에 붙어있는 존재나 다름없다.
무언가를 채우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 정신이 가만히 쉴 시간을 좀처럼 주지 않는 사람.
누가 내 속마음을 적어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공감이 갔다. 나는 가끔 멍때리기를 하는 순간에도 '정말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걸까? 멍때리기는 시간 낭비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기에 책의 뒷내용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CHAPTER 2. 닉센이란 무엇인가
네덜란드인은 정말 닉센을 할까?, 79쪽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 닉스(niks), 그리고 그 뒤에 'en'을 붙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 된 닉센(niksen).
책에 따르면 닉센의 의미는 전문가들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닉센의 의미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정의를 내리지만, 닉센이 아닌 것은 확실히 알려주는 이 책. 나는 닉센을 우리나라의 멍때리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에 닉센이 '아닌 것'을 알려주는 부분을 읽으며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닉센이 아니다>
- 닉센은 일이 아니다.
- 닉센은 감정 노동이 아니다.
- 닉센은 마음챙김이 아니다.
- 닉센은 게으름이나 지루함이 아니다.
- 닉센은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소셜 미디어를 살펴보는 활동이 아니다.
CHAPTER 3.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들
잠깐의 시간, 123쪽
"닉센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 낫다."
한번에 몰아서 하기 보다는 조금씩 자주 하기. 그리고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기.
이 부분을 보며 닉센도 운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도 매일 오래 하는 것보다 중간에 쉬는 날도 있어야 효과가 더 좋다고 하고,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다 알면서도 실천하기는 참 쉽지 않다... 😭
INSIGHT 3. 미루기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INSIGHT 라는 부분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챕터 3의 '미루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얼핏 보기에 미루기와 닉센은 비슷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세한 차이가 있다. 닉센을 통해 미루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걱정꾼인 나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닉센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매우 확실한 시간과 장소를 줌으로써 미루기라는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CHAPTER 4. 하루 10분, 생각 끄기 연습
챕터 4에서는 생각 끄기 연습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나와있다.
직장, 집, 공공장소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어 현실적으로 어떤 부분이 나에게 가장 적합할지 고민되기도 했다.
<직장에서 생각 끄기>
-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을 정하고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당당하게 행동한다.
- 자신만의 생활 패턴을 파악한다.
- 일부러 더 바쁘게 살아본다.
- 90분 이상 회의하지 않는다.
- 보여주기식 업무를 하지 않는다.
- 스마트폰이 아닌 노트와 친해진다.
<집에서 생각 끄기>
-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
- 편안한 환경을 만든다.
- 배우자와 가사 분담을 한다.
-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받는다.
- 전문가의 손을 빌린다.
- 아이들에게 바쁜 일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 아이들의 롤모델이 된다.
- 다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생각 끄기>
- 닉센을 하며 운동을 한다.
- 일상을 잊게 하는 취미를 찾는다.
- 닉센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간다.
- 두 가지 속도로 사는 법을 배운다.
CHAPTER 5. 행복은 멀리서 오지 않는다.
작은 나라, 큰 사람들, 187쪽
서두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보기 드물다는 네덜란드, 네덜란드인은 행복 지수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고 한다. 저자의 남동생은 이런 네덜란드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는 곳에 있다는 것 진짜 기분 좋은 일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빨리빨리의 민족인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네덜란드. 내가 네덜란드인의 마인드를 100%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곳에 산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라는 말에는 100% 공감이 간다.
CHAPTER 6. 생각 끄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팁.
저자의 연구 결과 특정 환경에서는 닉센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생각 끄기 연습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
- 우울할 때
- 집중할 중요한 일이 있을 때
-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을 위해 닉센하고 있다고 뇌를 속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닉센하고 있다고 뇌를 속이는 방법>
- 음악을 듣는다.
- 무언가를 만든다.
- 신나게 논다.
- 산책을 한다.
- 자전거를 탄다.
-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심지어 생각조차 잠시 꺼놓는 휴식법 '닉센'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내려는 자기합리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진짜 휴식'이 필요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24시간 내내 켜져 있으면 과부하가 되듯이, 사람에게도 진정한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평소 멍때리기를 종종 하는 나로서는 이제 당당하게 멍때리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당당하게 '닉센' 합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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