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개의 보따리
이종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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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6년간 밥상을 차리는 여자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여전히 밥상을 차리면서 어린 손녀를 돌보는 노인의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 살아오며 겪고 느낀 일들을 더 늦기 전 소설로 편집해보고 싶어 이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혹여 공감이나 동의되지 않으실지라도

다른 세상 구경하는 심정이라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 지은이 드림 -


저자 소개글에는 위와 같이 적혀 있다. '혹여 공감이나 동의되지 않으실지라도 다른 세상 구경하는 심정이라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문장을 읽으며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 한켠이 찡-해졌다. 36년간 밥상을 차리던 여자, 그리고 지금은 어린 손녀를 보는 노인의 시절을 살고 있는 작가님. 왠지 이 작가님은 다른 소설 작가들과는 조금 다른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식 작가님의 장편소설인 이 책은 '진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다. 소설이지만 마치 수필을 읽는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이 책.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시절 여성들의 삶을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담담하게 서술된 진이의 이야기들이 때로는 더욱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한 장 한 장을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진이가 된 것처럼 속상해서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분노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대체 왜 진이 혼자 그렇게 힘든 과정을 겪어야만 했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무덤덤하게 자신의 마음과 상황들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슬퍼질 때도 있었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진이가 살아가는 과정 속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진이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이를 웃게 만들거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녀들을 통해 작가님이 더 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이는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아프고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러다 누군가를 통해 위로 받으며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사소한 일들로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의 한마디를 통해 마음이 치유되기도 한다. 앞으로 마주치게 될 그 누군가에게 상처보다는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설 속 진이의 여생도, 이 소설을 쓰신 작가님의 여생도,

그리고 나의 여생도... 사랑을 보답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청아한 가을날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핑 도는 건, 코발트빛 하늘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크리스탈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햇살 때문인 것 같기도 해서 모든 아름다운 것에 깃들어 사는 ‘슬픔‘이려니 여겼었다. - P19

"우리 모두는 얼마나 가여운 인생들인지! 그저 작고 사소한 일들로 서로에게 도리와 예의를 다할 때 맛볼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사랑의 기쁨뿐인 것을." - P101

절대적인 사랑은 아니어도 따뜻한 사람이길!
부자는 아니어도 가난하진 않고 싶고,
권력은 없어도 비굴하지 않고 겸손할 수 있길!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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