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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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정하고 슬픈 내용을 쓴 건 아니지만, 또 카뮈가 그럴 리 만무하지만, 최초의 인간은 묘하게 사실성 있는 내용과 음울한 분위기의 내용으로 카뮈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소설이다. 카뮈의 스승의 이름이 몇 군데 (실수로?) 드러나기도 하고, 카뮈의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가신 점, 그리고 어머니가 귀머거리라는 것까지. 여러 부분에서 카뮈의 어린 시절을 알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초의 인간은 자신의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 하나 없이 자란 것을 가리켜 쓴 단어다. 카뮈는 자신이 아버지의 묘지에 갔을 때 문득 아버지가 자신보다 훨씬 젊었을 적에 죽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려 한다. 그러나 카뮈(자크)가 마주한 것은-아버지에 대한-무관심과 가난, 그리고 어머니의 침묵이었다. 무엇 하나 물려받은 요소(가족의 문화, 역사 등)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최초의 인간이라 일컫는다. 카뮈뿐만이 아니라 카뮈의 어릴 적 친구들도 모두 최초의 인간이다. 그러나 그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 보았던 친구들, 예를 들어 디디에 같은 친구들은 최초의 인간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자신의 조상의 것을 답습하고 또 그것에서 발전시키는 아이들만이 있었다. 이 지점에서 카뮈(자크)는 수줍음(혹은 부끄러움)을 느꼈고 처음으로 자신의 위치를 발견했으며 스스로를 외톨이 같았다고 평했다.

 

 카뮈가 죽기 직전까지 갖고 있던 미완성 작품이기 때문에 카뮈의 작품 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카뮈가 쓴 것여러 개, ‘프랑스 편집자의 표기’, 그리고 옮긴이의 각주를 여러 개로 표기한다. 초반에는 많이 헷갈려서 여러 번 확인하면서 읽었는데 슬슬 익숙해지니 생각보다 프랑스 편집자와 옮긴이가 건든 부분은 거의 없고 대부분 카뮈가 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글을 쓰면서 부연 설명한 것들과 어떤 단어로 글을 쓸지 고민한 흔적들, 그리고 글을 쓰면서 확인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표시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글이 막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카뮈는 죽었고 책 속의 이야기도 그대로 멈췄다. 미완성이기도 하고, 또 카뮈라면 이 상태 그대로 출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어서 복잡미묘했다. 원래 최초의 인간은 카뮈의 다른 책을 다 읽고 읽어보려던 책이었는데 교보갔다가 실수로 사버려서 읽게 됐다. 카뮈 마지막 책이라 나중에 읽을까 싶었는데 읽어보니 아직 읽고 있는 반항하는 인간이랑 한 장 읽고 바로 포기한 결혼여름을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근데 이건 내용보다는 카뮈가 소설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약간은 엿볼 수 있어서 다른 책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긴 함. 독자는 좋지만 카뮈 입장에선 약간 짜증 날지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부록3-두 통의 편지'가 실려있다.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자신의 스승이었던 제르맹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와 그 편지에 답장한 제르맹 선생의 편지다. 카뮈가 제르맹 선생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얼마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제르맹 선생은 카뮈를 매우 아꼈다는 게 느껴져서 슬펐다. 편지 부분을 여러 번 읽은 것 같다. 편지를 보내고 3년 뒤 카뮈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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