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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국가 폭력에 짓밟힌 영혼들과 살아남은 이들의 치욕스러운 고통을 다룬다. 작가는 서늘하고 투명할 정도로 정제된 문장을 통해 훼손된 인간의 존엄을 복원하며,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1. 분수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야 했던 이유
소설은 중학생 동호의 시선을 통해 광주 도청 상무관의 풍경을 비춘다. 거리에 시신이 넘쳐나고 통곡이 가득한 상황에서 축제의 상징인 분수대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아픔이자 치욕이었다. 이 작품은 그날의 슬픔이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지워지지 않는 영혼의 상흔임을 보여주는 보고서다.
2. ‘너’라는 시선으로 마주하는 역사
작가는 동호를 지칭할 때 ‘너’라는 2인칭 시점을 사용한다. 이는 독자를 관찰자가 아닌 사건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다. 친구 정대의 손을 놓쳤다는 부채감으로 도청에 남은 동호는 시신을 닦고 촛불을 밝히며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예의를 다한다. 이야기는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정대의 영혼,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들, 그리고 30년을 아들의 사진을 품고 버틴 어머니의 목소리로 이어지며 거대한 비극의 연대기를 완성한다.
3. 살아남은 자들이 치르는 끝없는 장례식
소설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고통 속에 박제되어 있다.
- 정대와 동호: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죄책감과 죽어서도 곁을 맴도는 영혼의 고독은 서로를 단단히 옥죄며 비극을 심화시킨다.
- 은숙과 선주: 시신을 돌보던 누나들은 살아남았기에 더 잔혹한 삶을 산다. 검열과 성고문의 기억은 이들의 인간성을 파괴하고, 삶 자체를 멈추지 않는 장례식장으로 만든다.
- 김진수: 아이들에게 항복하라고 지시했던 그는, 결국 무구한 아이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목격하며 영원한 죄책감의 감옥에 갇힌다. 생존의 안도감보다 타인을 사지로 몰았다는 부채감을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4. 인간임을 증명하는 연약한 빛
작가는 묻는다. 인간은 무엇이며, 인간이 아니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계엄군이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해 인간성을 지우려 할 때, 도청의 사람들은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고 촛불을 켜며 자신들이 존엄한 인간임을 증명하려 했다. 썩어가는 시신 곁에서 피어난 촛불은 폭력보다 단단한 양심의 상징이다. 인간의 잔혹함에서도 타인을 위해 주먹밥과 피를 나누던 광장의 기억은 우리가 짐승이 아님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가 된다.
5. 꽃 핀 쪽으로, 소년이 온다
동호 어머니의 독백은 이 모든 슬픔의 총화다. 아들을 잃은 후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는 자신의 목숨을 저주하면서도, 어머니는 아들이 “꽃 핀 쪽으로 가자”라고 말하던 환영을 붙잡는다. 이는 지옥 같은 고통을 통과한 자가 건네는 눈물겨운 위로다. 우리는 끔찍한 학살의 기억 위에서도 기어이 삶을 이어가야 하며, 그 삶은 반드시 빛이 비치는 쪽을 향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다.
한강은 이 소설을 통해 이름 없이 사라진 영혼들에 가장 성대하고 정성스러운 문학적 장례를 치러주었다. 소년은 과거의 망령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했던 인간 존엄의 상징이 되어 다시 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 소년의 손을 맞잡고, 다시는 그를 어둠 속에 홀로 두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빛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소설 리뷰 원문 보러 가기
https://blog.naver.com/artjak/224206849299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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