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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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혁명가라는 거창한 이름 뒤에 가려진 한 남자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 비장함과 유머 사이의 삶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아버지의 죽음은 비극적이면서도 어딘가 우스꽝스럽다. 신념을 위해 평생을 바쳤지만, 정작 농사일에는 서툴고 일상에서는 빈틈투성이였던 아버지의 모습은 혁명가라는 딱딱한 이미지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다.

 

2. 빨치산의 굴레를 벗고 만난 인간

딸인 주인공에게 아버지는 평생 피하고 싶은 굴레였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주홍 글자 때문에 세상과 거리를 두며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례식장을 찾아온 조문객들의 회상을 통해 딸은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얼굴들을 마주한다. 이데올로기보다 사람을 먼저 챙겼고, 꽃을 보며 마음 설레던 한 남자의 평범하고도 입체적인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3. 고통을 견디는 방식과 진정한 화해

아버지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조차 찬란한 젊음으로 추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고통을 단순히 견디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서 싸웠고, 타인의 사정을 무심하게 넘기는 듯하면서도 누구보다 따뜻하게 주변을 보듬었다. 딸은 장례식 동안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며, 비로소 누구의 딸이 아닌 한 인간의 자녀로서 아버지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4. 죽음을 통한 삶의 해방

죽음은 모든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남으로써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고, 딸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보며 상처를 치유한다. 아버지는 이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남아 진정한 부활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무거운 근현대사를 다루면서도, 결국은 사람과 사랑, 그리고 이해와 화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원문 보러 가기

https://blog.naver.com/artjak/224146993507

어떤 딸인지, 어떤 딸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구의 딸인지가 중요했을 뿐이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는 데 나는 평생을 바쳤다. 아직도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말에는 ‘빨치산’이 부모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그 부모에게도 마땅히, 자식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듯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을 만큼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가 무거웠다고, 나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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