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하나 붙였다.
정확히 말하면 이종옥 화가의 그림이 하나 인쇄되어 있는 엽서크기의 초대장이다.
우리 회사는 원래 창고였다고 한다.
복도따라 방이 쭉있고.. 오른쪽으로 두번째 문이 내 방.
그래서 창문이 없다.
앉아서 일하자면 모니터만 보면 되기에... 창이 없는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문득 고개를 들어 보이는 곳에 내 쉼이 되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오늘 같은 날은...
"미안해"라는 말을 하구서도 찝찝한 기분이 몰려오는 이런 날엔...
"미안해"라는 말은 그저 그의 "나도 미안해"라는 말을 듣기 위함이었던가.
나는 오늘 고개들어 쉴 곳이 필요했다.
하루 종일 모니터에서 떠날 수 없는 내 눈이 쉴 곳이 필요했다.
용서와 이해의 사이에서 정처없이 헤메이는 내 아음이 뉠 곳이 필요했다.
이종옥 화가는 매년 여름이면 베니스로 그림여행을 떠나는 화가이다.
혹자는 백인남자 잘 만나서 그때부터 저렇게 호강한다고 하지만...
너무나 맑고 아이같은 순수한 눈과 웃음을 지닌 분이다.
나는 지금 그 눈을 통해 비쳐진 베니스를 보고 있다.
햇살이 반사되는 물결위로 그림자를 안고 둥실 떠있는 곤돌라.
저 위에 내 몸을 뉘이고 싶다.
흔들리는 바람의 힘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내 존재의 투명함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