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극복이라는 제목이 맘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로마제국 말기에는 무슨 제목을 붙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내전은 보통 내전이 아니다. 한 국가의 생명이 날라가 버리는 내전이었다. 타키투스의 붓은 화로 가득찬 비판적 이었다면시오노 나나미의 팬은 극도의 차분함이었다. 특히 악명높은 황제에게 역시나 했더니 면죄부를 주었다. 도미티아누스.. 시오노나나미의 생각이 나에게 또다시 주입된것일까?왜 나 역시 그가 가련하면서 외로운 황제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히려 오현제의 황금시대는 도미티아누스에 의해 이루어 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또 운명에 희생된 삼황제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 역시 가련하게 느껴졌다. 내전은 언제나 아쉽고 슬픈것이어서 그럴까? 50년전에 내전을 겪은 우리로서는 상기해야 할것이다.
나는 추리소설 매니아는 아니다. 그렇기에 셜록홈즈 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서양 고대사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그리스인들의 모습이 상상하면서 읽었기에 더 느낌이 좋았다. 단순하게 좋았다가 아니라 책 표지만 봐도 설레이는 맘이란.. 아리스토텔레스가 탐정으로 나선것도 흥미로웠지만 셜록홈즈의 왓슨 박사처럼 일거수 쫏아다니면서 보는것도 아닌, 상담하고 함께 고민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였기에 신비롭기까지 했다.나중에 재판에서 범인이 폴리그노토스 라는 점은 셜록홈즈가 범인은 누구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놀랐었다. 만약 내가 스테파노스였다면 그럴수 있었을지..? 라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추리소설을 읽을때에 느끼는 중압감과 부담감 없이 간단히 읽을수 있는 책이기에, 표지를 볼때마다 설레이나보다.
비판적인 눈으로만 시오노나나미의 책을 지켜본 나도 이 작품에서 만큼은 존경을 바친다. 복잡하고 알수없고 막연한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의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가도 수로 교육 의료 비록 4가지 이지만 이 것만으로도 로마인에 생활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상상으로 머리속에 있던 로마의 풍경에 한가지가 더 추가되게 된것이다. 머리위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수로교가, 바닥에는 돌로 차곡차곡 쌓은 아피아 가도가, 그옆에는 어느 이의 무덤이 나그네를 부르고 있고, 가도에는 나귀마차와 군단이 행진하고 있다. 그동안에 부족했던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그러기에 로마제국은 악평을 받으면서도 역사속에, 현실에서 살아남은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로편을 읽는 동안에는 맑은 물이 먹고 싶고 가도 편을 읽을때는 가도의 바닥을 만지고 싶었다. 교육편을 읽을때는 로마 어린이가 되어보고 싶었고 의료편을 읽어볼때는 마르티알리스가 비판한 돌팔이 의사가 어떤지 보고싶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서술하는것보다, 인프라를 설명하는것이 더 낫다고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그대도 우물에서 물 한잔 마시면서 쉬는것이 어떨까?
로마인이야기의 매니아로서 11권이 출판되었다라는 소식을 듣고 역시 초판 1쇄를 산 학생이다. 그동안 11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시오노 나나미의 서적 들을 읽으면서 그의 문체를 파악하며 즐겁게 보냈다.그러나 11권에서는 왠지 실망감만 들었다. 차라리 이돈으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동안 숨겨왔던 그의 방정이 드러나 버렸다. 저자가 철학을 배웠다 하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스승과의 편지에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음으로서 웃음을 유발했을지는 모르지만.. 왠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모독한 생각이 들었다. 저자 말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왜 고독하고 불행한 황제가 되었는지를 설명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글속에는 그를 모독했다는 생각이 들게했다.그리고 똑같은 내전도 카이사르와 술라의 내전과 8권의 삼황제시대의 내전과 세베루스황제의 내전은 격이 틀린것인가? 물론 그런 면이 있다. 카이사르와 술라와 세베루스 역시 각자의 목적이 틀렸다. 술라는 원로원 체제의 정비를 카이사르는 원로원 체제의 붕괴를, 세베루스는 황제등극에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전은 슬픈 일이다. 50년 전의 6.25전쟁도 지금까지 슬픈일만 남기지 않았던가? 로마인의 눈으로 쓴다는 그의 글은 11권에서의 내전은 3권과 5권의 내전과 8권의 내전과 11권의 내전은 너무나 차이가 났다. 앞의 것의 서술은 장엄했다. 그리고는 자세했다. 그러나 11권의 내전은 그냥 쓴다는 식에, 귀찮다는 식에 서술이었다. 간단했다.그도 황제암살에는 이제 만성이 되었다는것이었을까? 그래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어도 서술내용은 비교적 좋았다.. 하지만 첫 부분에 긴 도입부와 저자의 약간에 이상한 생각이 책에 품격을 떨어뜨렸다. 로마인이야기매니아라면 읽어보아야 할 책이지만.. 그밖에 관심없는 사람이 읽는다고 한다면 말릴 책이다. 차라리 지루하더라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시오노나나미의 글을 싫어하는 사람이 지적했듯이 글의 장르를 모호한 역사평설로 처리한것도 문제였다. 그렇기에 책에서 사실과 저자의 느낌이 모두드러난 것이 한계였다. 이 모든것이 종합되었기에 정말로 아쉬운 책이었다. 12권을 기대하면서... 이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