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한정 양장본) -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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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처음 몇 장 밖에 일지 못했지만 책의 물적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소장하고 싶은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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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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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하스가 아닌 제임슨의 글이 상대적 해독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크스페이스’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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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라
얀 드로스트 지음, 유동익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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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최대 진입 장벽은 번역이 아닐까.
리뷰의 수많은 별들을 보며 나의 한글 독해능력을
의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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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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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텅빈 심야극장, 딱히 무슨 영화를 볼지 결정도 않은채 영화관에 들어선다. 이미 중반을 넘어 엔딩을 기다리는 상영관이 있었는가 하면, 언제나 끝을 볼지 기약할 수 없는 상영관들도 있었지만 모두 뒤로한 채 뚜벅뚜벅 지나쳐간다. 오래전의 '향수'가 그리웠던 것일까. 겨울과 겨울 사이에 걸쳐있는 시간의 경계가 추상적 시간의 넘어섬이라면,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의 마디는 생의 실제적 분절과 함께 삶의 나이테를 스스로의 몸에 새기며 넘어서는 또는 전진하는 경계는 아닐까. 그래서였을까, 여러 상영관 중에서 '이소룡'이라는 나의, 우리의 과거를 만나 그동안 자신 안에 새겨진 시간의 너울을 새삼스레 떠올려보고 싶었던 것은. 봄이 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어두컴컴한 의자에 홀로 앉아 영화를 보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아무도 없는 텅 빈 어둠 속에서 '짝,짝,짝' 갈채소리가 울린다. 분명 '칸'이나 '베니스'는 고사하고 대중성 짙은 '아카데미'에도 초청받을 수 없는 'B급'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분명한데, 손은 머리보다 빨라 연신 손뼉을 마주치며 박수를 보낸다. 'A급'이 되지 못하고 'B급'이 되어버린 인생의 자조 섞인 위안이자 회한이어도 좋다. 어느덧 살다보니, "산다는 것은 그저 순전히 사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이해해버리게 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니터의 시간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더 풀어놓아야 할까'와 '또다시 반복될 한 주를 위해 어서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 않아' 하는 찰나의 고민 사이에서 재빠르게 후자의 손을 들어줄만큼, 딱 그만큼 세월을 지나온 생이기에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괜찮다고,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고개를 끄덕거려준다.' 고마운 소설이다.

 

 

한 가지만 첨언하지면,

"내 스타일에는 아무런 수수께끼가 없다. 내 움직임은 단순하고, 직접적이고, 비고전적이다."라는 이소룡'의 또는 '작가의 말'이 이처럼 소설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예는 없었다는 것. 그리고 천명관은 소설의 존재론과 목적론을 다른 누구보다 현실적 층위에서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는 것(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또는 그것이 전부든 아니든). 적어도 그 층위에서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온전히 제 몫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 

 

도시의 외곽에 있는 오래된 삼류극장에서 '옛날 영화'를 보고, 어둠이 깔린 도시를 홀로 걸어오는 돌아오는 길이 그닥 쓸쓸하거나 고독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내일이면 어느새 긴 그림자를 자신의 발아래 드리운 채, 그렇게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과 한바탕 왁자지컬 웃음을 주고 받으며, 아침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게 될 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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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이제, 겨우, 힘겹게, 올리는 '첫' 포스팅이다.

작년과 올해의 경계는 없다고, 더이상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 또는 도래할 시간에 대한 기대나 환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묵묵히' 또는 '덤덤히'라는 부사만이 이즈음의 세월의 흐름에 대한 정당한 수식어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무방비 했던 것일까. 1.2일, 첫 출근과 함께 화들짝 놀란다. 그 놀람은 쉬이 사라지지 않고 끊질기게 괴롭히더니 2주가 지나서야 겨우 숨통을 틔워준다. 그리고 설명절이 끝나고 조기집행과 선거, 감사로 이어지는 '봄날'이 예고돼 있다. 아마도 맞이하지도 못한채 '봄날은 간다', 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5월이 지나갈 무렵 올리게 될 것도 같다.

 

무언가를 '읽기'란 거의 불가능한 시절이다. 군대시절에도 백 여권의 책을 읽었다. 밖에선 다들 한창 일을 할 시기라고 한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분주함 속에 빠져들수록 스스로에 대한, 살아 있음에 대한 자각은 반비례하며 흐려져만 간다. 뛰쳐나오지도 못한다. 그게 생이라고들 하니까. 마지막 남아있는 자존, 이랄까 위안, 이랄까. 그럼에도 올해의 첫 책구매는 시작되었고 조기집행과 맞물려 집중적인 구매 시절이 도래했다. 알라딘 보관함에 있던 것들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게 되진 않았다. 어떤 순간에 사고 싶었던 책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우선순위가 바뀌곤한다. 오늘의 구매리스트에는 이웃님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누군가 외부를 향한 블로그 활동임에도 짐짓 그 외부에 대한 신경은 별로 써보지 않았던 듯하다. 초반엔.  하지만 한 분 한 분, 고마운 이웃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들의 글을 읽게 되기 시작했다. 거창하지만 그게 '소통'이고 '공유'가 아닌가도 싶다.(책에 대한 보증은 이웃님들이 꼭, 해주셔야 할 듯. 아니다 싶으면 반품 요청 들어갑니다. ^^)

 

오랜만에 누리는 이틀짜리 주말, 어떤 것들은 바로 손에 잡게 될 것이고, 어떤 것들은 정확한 기일을 약속할 수 없다. 그럼에도 책을 사는 건 먼 훗날을 위한 보장성 보험이자 오늘, 읽기에 대한 중지를 강요받는 시절 그 '읽기'에 대한 나만의 작은 위안이 될 것이다.

 

 

『네이션과 미학』 가라타니 고진, 도서출판 비. 고진의 책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올 해 몇 권의 책이 더 구매될 예정이기도 하다. 지젝도 그러하지만 고진은 칸트과 마르크스를 연결지어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느꼈던 도덕화된 정치에 대해 갖는 불편함도고진에게선 크게 반발되지 않는다. 그는 정치의 윤리성을 강조한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일 게다.

 

『먼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이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이고, 하루키는 소장용으로서, 아직 구비되지 않은 리스트들도 언젠가 모두 위용을 갖추게 될 것이다.

 

『마음사전』 김소연, 마음산책. 진즉에 그 명성과 풍문은 익히 들어왔지만 선뜻 구매를 결정하진 못했다. 작년 말에 읽었던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가 뇌관이 돼 이번 구매리스트에 당당히 오를 수 있었다. 너무너무 기대되는 책들 중 하나이다.

 

이제부터가 이웃님들의 추천 아닌 추천으로 구매하게 된 리스트들이다. 두둥~~

 

 

『핸드메이드 픽션』 박형서, 문학동네 (아, 슬프게도 또다시 '문동'이다. 문학판을 전부 빨아들일 기세다.)

 

"이야기로서 자신을 증명하는 소설가(...) 이 책에 대해 한 마디로 말한다면, 흥미롭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양한 장르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소설들은 정말 재미있고, 어떤 소설은 정말 애닳고, 어떤 소설은 기상천외한, 어떤 소설은 정말 놀라웠다. 그러니까 박형서란 작가는 실로 대단한 글쟁이라 할 수 있다.(http://littlegirl73.blog.me/, 강조는 소훔)

 

『새벽의 나나』를 통해 이미 만나본 작가이고, 이웃님의 포스팅을 보고 박형서의 신간이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책장 어느 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자정의 픽션』도 꺼내 한 두 장을 읽었다. 무엇보다 '자목련'님의 저 문장이 모든 걸 보장해주었다. 아니, 솔직하자. 박형서는, 특히 '자정의 픽션'을 조금 읽어보고 나선, 그 누군가의 보증이나 추천이 없어도 난 충분히 만족하게 되리란 것을.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한겨레출판

 

"모쪼록 최진영을 1순위로 놓아 주세요. 이 작가를 위해서라면 보탤 수 있는 힘은 죄다 보태고 싶어요 정말. 이 작가를 떠올리면 언제나 가장 먼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작가가 나타났는가'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http://blog.naver.com/what2read/120148821573?copen=1&focusingCommentNo=5876877).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Gore"(참고로 이건 '고래'라고 읽죠.ㅋㅋ)님이시죠. 그런 분이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어찌 사보지 않을 도리가 있게습니까. 최진영이란 작가도 처음 알게 되었고, 한겨레출판사 책도 오랜만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마구마구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 김훈 외, 문학사상

 

출간 때부터 살갈말까 고민을 했던 책입니다. 이 또한 '고래'님의 추천이 있었기에 이런 만남이 가능했던 책 중 하나이죠.

 

 

『섬』 장 그르니에, 민음사

 

"『섬』은 책을 읽는다는 신성한 기쁨과 동시에 끝까지 어떤 앎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오류에 빠져 쓰는 이 못지 않게 읽는 이에게도 한풀 꺾인 한낮의 노동같은 책 읽기를 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반해 『섬』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 믿음에 변함이 없었다.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dimmu/30127688050?copen=1&focusingCommentNo=5882522

이전까지 『섬』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에겐. '까뮈'와의 연관성 없이 '그르니에'를 알지 못했기에. 이는 단독적 주체로서의 그르니에는 없었다는 말과 같다. 이미 27쇄다. 그런데도 전혀, 몰랐다. 『섬』을. 늦었지만 뒤늦게라도 『섬』에 가볼 수 있는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꼭, 섬에 대해서만큼은 입속으로 옹알옹알 거리며 '묵독'이 아닌 '음독'을 하며 가보고 싶다.

 

 

책 몇 권 샀으면서 자랑이 너무 길어졌다.

어느새 해도 정오를 넘어서고 있다. 끼니도 거르며 먼 길을 달려온 기분이다.

하지만, 역시, 책은 사물로서의 대상이 아닌 그것을 펼치고 읽어 내려가는 순간 완전한 존재로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줄이고, 하나 둘 산파로서의 역할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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