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이름으로 죽은 여인들 동양문화산책 6
전여강 지음, 이재정 옮김 / 예문서원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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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그의 가르침을 따른 유교.. 이것이 오랜 세월 동안 여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죽음까지도 저당잡았다는 사실에는, 유교를 비난하는 쪽이나 옹호하는 쪽 모두 일정 부분 동의하는 듯 하다. 하지만, 유교의 여성억압적 측면을 일단 인정한다면, 논쟁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림들에게 '공자도 그런 소리 안 했어. 너희가 왜곡되게 이해하고 있는 거야'라고 주장한다면, 저들의 칼자루를 우리가 쥐고 싸우게 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의 이름으로 죽은 여인들'도 사실은 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죽은 여인들이 아니라, 유교를 자신의 이익에 따라 왜곡되게 해석하고 강요한 지배층과 남성지식인들 때문에 죽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성을 천시하고 과부가 된 후의 삶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드는 사회 조건과, 자살한 후에 유령이 되어 자신을 괴롭힌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게 한 민간 신앙의 유행도 그들의 죽음에 한몫 했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본주의적인 유교'를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무기로 삼은 여성(집단)이 역사적으로 발견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남성우월주의에서 유교 구출해내기' 같은 소리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유교가 그러한 역할에 일조했다면, 그것이 유교 그 자체인 것이 아니겠는가? 마치 현실 사회주의와 진정한 맑스주의 구분하기, 나치즘 등의 '나쁜 민족주의'와 '좋은 민족주의' 구분하기 등과 같이 그 실효성이 믿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보기 드물게 실제적 자료에 입각해서 과부들의 자살과 기타 사건들을 분석해 놓은 책이다.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는가, 역사의 진보라고 했을 때 그것이 누구의 진보인가(명-청대에 타살적인 여성 자살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보편적 인간의 삶이 나아진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는 순결이나 정숙 같은 개념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 등의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명료하고 알기 쉬운 문체로 되어 있으므로 전혀 기초 지식이 없던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유교가 처음의 혁신적인 성격을 잃고 어떻게 지배계급의 논리로 전용되었는지를 알기 위한 구체적인 역사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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