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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김안젤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최근 예능에 자주 모습을 비췄던 어떤 모델의 BMI 지수를 계산해본적이 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시즌, 비시즌의 몸무게를 가지고 계산해본 그의 #BMI 지수는 15~16초반.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볶음밥을 밑바닥까지 삭삭 긁어먹는 것을 보고 혹시나... 누군가는 “저렇게 먹고도 저 몸매가 가능하다니! 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데!” 라고 좌절할까봐 괜한 노파심이 생겼다. 제발,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말기를. 나는 괜히 성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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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아나. 거식증을 지지하는 사람을 뜻한다. 저자는 폭식형 섭식장애를 17년째 앓아오고 있으며, 그것의 극복과정과 개인적 경험 원인등을 이 책에 담았다. 프로아나는 내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내 몸 가지고 내가 예뻐지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 경쟁적으로 몸매 사진을 올리거나, #몸무게 인증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다. 툭 튀어나온 쇄골과 허틈이라 불리는 허벅지 사이의 공간, 한뼘도 안되는 팔뚝. 예뻐지려는 노력 자체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그들의 미적 기준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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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증 및 섭식장애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경험은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이를 질환에 대한 일반론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할 듯하다. 저자는 자신이 앓았던(혹은 앓고 있는) 질환의 원인을 가족에서 찾는다. 물론 이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거식증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 #사회적원인 마른 몸매를 권하는 사회에 대해 우리는 이미 익숙하다. 둘, #심리적원인 섭식장애는 자기통제감, 자신감이 매우 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저자가 여기에 속한다.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의 몸이 부모의 통제하에 있다고 느끼며, 자신을 개성있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섭식장애라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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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는 세번째 #생물학적원인 즉, 신경전달물질과 뇌의 섬엽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요즘은 우울증의 원인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도파민 학설이 꽤 유력한데... 사실 책에서 이 부분은 아예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또한 #섬엽 이라고 하는 뇌의 기능적 부분에 대한 연구 또한 책에서는 언급되고 있지 않다. 모든 것을 부모와 나와의 관계로만 섭식장애를 설명하려 하는 시도는... 나에겐 다소 거부감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모든 원인을 부모와의 잘못된 관계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프로이트에 의해 슈퍼에고로 명명되며 개념화되는 듯 했으나... 모든 것이 그로 귀결되는 실수를 낳기도 하지 않았나 싶다. (자꾸 프로이트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나는 프로이트를 좋아한다, 몹시) 또 한가지... 저자의 서술에 고개를 갸웃했던 부분은, 그가 정신과(약물치료)부분과 심리(상담치료) 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서술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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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자신의 섭식장애를 용기있게 고백하고 또 그것을 극복하려 애쓴 과정들이 하나하나 와닿았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그녀의 가족사는 나의 가족사와도 닮아있었다. 섭식장애는 정신장애 중에서도 유독 치사율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 착한 딸은 이제 없다는 말이 너무나 와닿는다. 이제, 이기적이어도 된다. 많이 이기적이어도 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