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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한달 휴가 두 번째 이야기
김세경 외 지음 / 엔자임헬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월급 걱정, 출근 부담, 업무 생각 없이
마은 편하게 쉬다 온 직장인 8명의 안식월 이야기
9년 째 프리랜서로 사는 내게,
지금은 아주 먼 이야기가 되었지만
나도 한 때는 월요병을 앓고,
수요일 마다 아직도 한 주가 며칠이나 더 남았는지
손가락으로 헤어보며 한 숨 짓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어렸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변하지 않는 삶의 가장 중요한 이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다르지만, 그때의 나를 돌이켜보면서
이 세상 모든 직장인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갈채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이 책 가장 첫 면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3년에 한 번 쯤 직장인에게는 긴 휴가가 필요하다. 3,6,9라는 고비가 있다. 일명 '369' 증후군.
입사 3년, 6년, 그리고 9년마다
회사 생활에 고비가 찾아온다는 말이다.
일에 애정을 갖고 하루하루 집중해 온 사람일수록
고비에 더 약해진다.
그 만큼 많은 에너지를 쏟아냈기 때문이리라.
상상해보라. 1000일이 넘도록 반복되는 비슷한 일상들.
이런 고비가 찾아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잠시 쉽표가 필요한 때다.
그런데 문제는 직장인 누구도 선뜻 3,6,9 증후군을 호소하며
밥벌이의 숭고함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의 숭고함은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고, 직장인이 직장을 그만 둔다는 것은
일하지 않겠다는 선언 그 너머의 영역까지 감수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선뜻, 3,6,9 증후군을 앓는 회사 직원들에게
안식년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적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작은 단행본이지만 그 안에는 직장인의 희노애락과, 그 중에서도 안식년에 느낀
직장인들의 자유와 즐거움이 집중돼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3,6,9 증후군을 앓는 수 많은 직장인들과, 그리고 나처럼 한 때 그 병을 쉽게
떨쳐낼 수 없어서 아예 한국을 떠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세상 그 어떤 나라 직장인들보다 더 열성적으로 살고 있는
수 많은 한국의 평범한 회사원들에게 선물같은 단행본이다.
앗, 하나 더.
책에는 총 8명의 직장인의 안식월에 대한 사연이 담겨 있다.
직급도, 나이도, 안식월을 보내는 방법과 장소도 모두 다르다.
다 다르지만, 또 같은 것 하나는 자.유.롭.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삶의 한 시점을 아름답게 보냈다는 점이다.
인생은 길지만, 가끔 너무나 두렵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다.
긴 인생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은 어쩌면 누군가의 삶을 넘겨보면서
내 자신에게 그들이 써낸 쉼표 하나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것일수도 있겠다.
어쨋든, 추천한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