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 음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정경영 지음 / 곰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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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리뷰]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단행본 한 권.


<음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작가의 말에 오직 '어머니께'라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아는 이 책을 더 아껴 읽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느꼈다. 


작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 정경영 교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싶게 만든 책이다.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의 감동을 말이나 글로 번역하는 일이라고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는 그의 문장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며 가벼이 인사를 나누던 이웃집 아저씨의 편안함을 느끼게 해줬다.


나처럼, 음악이 좋으나, 그저 듣는 행위를 즐길 뿐, 그 이론적 학문에는 문외한인 독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작가이기에 앞서 오랜 시간 강단에 섰던 정경영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만일 여러분이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와 만난 지 100일 또는 200일이 되는 날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1년에 한 번씩 생일을 챙기거나, 매년 첫 날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새로운 결심을 한다면, 이미 상당한 음악성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담아냈다.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감히 이야기 할 만큼 용감하지 않다. 그러나 삶의 고비고비마다 창 밖을 바라보며 긴 시간 고난의 시간을 견뎠던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에는 어김없이 잔잔한 음악이 함께 했었다. 음악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이즈음 되니 내 고단했던 유년 시절의 고비마다 음악으로 치유하려 했던 나의 무의식을 통해 어쩌면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에는 음악에 대한 갈망이 내재돼 있는 것은 아닌지 짐작해볼 수 있을 정도다.


더 좋은 것은 정 교수의 문체다. 책 속에 잔잔히 흐르는 그의 문장들은 친절하고, 따뜻하다. 


그는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더 많이 아는 사람 특유의 아집이 없다. 그의 문장에는 그는 "저는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와 같은 다정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털어놓곤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 다정한 목소리로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라디오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퇴근 후 또는 새벽 잠을 설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부산을 떨어야 하는 바쁜 아침 출근길에서 조차 그의 이 다정한 문장은 작지만, 큰 위로가 되어주곤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 책을 접하고자 한다면, 나는 이 책을 부디 천천히, 아껴 읽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빠르게 훑어 읽기보다는, 천천히, 아껴 읽어가면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작가의 고민들을 온전히 흡수해주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렇게 읽었고, 읽어갈 것이다.








"음악 좋아해?"
"난 항상 이엎폰을 끼고 음악을 듣지"
"음악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어."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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