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시대 - 하얼빈의 총성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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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시대, 하얼빈의 총성

이우

희곡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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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정의태의 공판속기록, 그리고 그의 논문 <정의의 시대>를 기반으로 집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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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의태 의사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다양하다. 그는 독립의군의 중장이자, 1907년 두 명의 일본인 고위 관료를 냉철하게 암살한 독립군이며, 일본의 법정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본을 비판한 의연한 청년이기도, 아시아의 평화적 청사진을 그린 사상가이기도 하며, 훗날 전국훈장 제3등급인 독립장의 서훈을 받은 대한민국의 영웅이기도 하다.

심지어 한 평전에서는 그의 출생을 천문학과 연관시켜 타고난 비범함을 마치 여느 영웅의 탄생 설화 못지 않게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는 20세기를 정의와 불의가 양립하며 시시때때로 서로의 모습을 닮아 가는 시대라고 보았다. 이 때문에 그는 모순적인 감정의 경계 위에 서 있었다. 그는 일본의 법정에서 자신이 일본 고위 관료 둘을 죽인 행위를 철저히 의병 활동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쟁터도 아닌 곳에서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 일본인을 무참하게 죽였다는 사실에는 깊이 괴로워한다. 한 인간으로 불의를 행하지 않고는 대한독립이라는 정의를 이룰 수 없다는 양가적인 감정을 모두 고스란히 떠안았던 셈이다. 그는 스스로를 의병이며 동시에 살인자라 여겼다.

적절한 때에 역사에 반항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말로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알베르 카뮈 '반항하는 인간'

이 작품은 소설가 이우가 무대 위에 독립운동가 정의태를 세워 그 당시 인간적인 갈등과 내면의 충돌을 그대로 보여준 적나라한 작품이다.

정의태, 그는 무대 위에 올라 뜨거운 대한독립의 염원과 더불어 진중한 도덕적 갈등을 고스란히 마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무대 위에 올라간 그가 의연한 영웅으로 평가받을 것인지, 아니면 의로운 인간일 뿐인지 여부는 독자들의 몫으로 온전히 돌아간 셈이다.

신성의 제단에 있던 정의태를 작가 이우가 이 작품을 통해 영웅이 아닌 범인으로, 우리와 다름없는 결점 가득한 한낱 인간으로 시대의 아픔에 저항하기 위해 수없이 갈등하고 고민해야 했던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다.

범인으로 무대에 선 정의태는 이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국가란 무엇인가, 민족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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