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시대, 하얼빈의 총성
이우
희곡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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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정의태의 공판속기록, 그리고 그의 논문 <정의의 시대>를 기반으로 집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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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의태 의사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다양하다. 그는 독립의군의 중장이자, 1907년 두 명의 일본인 고위 관료를 냉철하게 암살한 독립군이며, 일본의 법정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본을 비판한 의연한 청년이기도, 아시아의 평화적 청사진을 그린 사상가이기도 하며, 훗날 전국훈장 제3등급인 독립장의 서훈을 받은 대한민국의 영웅이기도 하다.
심지어 한 평전에서는 그의 출생을 천문학과 연관시켜 타고난 비범함을 마치 여느 영웅의 탄생 설화 못지 않게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는 20세기를 정의와 불의가 양립하며 시시때때로 서로의 모습을 닮아 가는 시대라고 보았다. 이 때문에 그는 모순적인 감정의 경계 위에 서 있었다. 그는 일본의 법정에서 자신이 일본 고위 관료 둘을 죽인 행위를 철저히 의병 활동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쟁터도 아닌 곳에서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 일본인을 무참하게 죽였다는 사실에는 깊이 괴로워한다. 한 인간으로 불의를 행하지 않고는 대한독립이라는 정의를 이룰 수 없다는 양가적인 감정을 모두 고스란히 떠안았던 셈이다. 그는 스스로를 의병이며 동시에 살인자라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