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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를 찾아서 - 사랑과 아름다움에 관한 성찰 성찰 시리즈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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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과연 뭘까하는 생각이 , 저는 종종 영화 <인터스텔라> 대목을 떠올립니다. 브랜드 박사의 아멜리아는 까마득히 먼 외계 행성에 사랑하는 이를 보냈습니다. 아멜리아는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는 우주비행사 쿠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우리 인간이 발명한 아니지만 관찰이 가능하고 강력하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높은 차원의 존재에 대한 증거일지 모른다구요.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이해는 못하지만 믿어 보기는 하자구요.”


인간의 고안물이 아닌 사랑은 자체로 신비롭습니다. 사랑을 보고 경험하지만, 누구도 자기것으로 소유할 없습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의 힘을 같다가도, 무엔가 합리적으로 해명해 보려고 하면 말문이 막혀 버립니다.  


소동파의 시와 소동파의 시를 사랑하는 현대의 인간을 이어주는 끈이 있 걸까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정서까지 연결해 주는 불멸한 것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요? <에로스를 찾아서> 우리가 알지만 해명하기는 어려운 사랑에 관한 탐구입니다.  


사랑은 아름다우며, 사랑이 없다면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둘은 떼놓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랑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에로스를 찾아서> 아름다움에 관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진리를 구경하는 즐거움을 압니다. 우리가 살면서 --미를 종종 함께 거론하는 것은 셋이 서로 어울리기 때문일 겁니다. <에로스를 찾아서> 아름다움과 사랑, 진리나 좋음이 모두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절제 있는 일들을 꾸준히 연습하면 절제 있는 인간이 되고, 용감한 일들을 꾸준히 행하면 용감한 인간이 있듯,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일을 연습하면 우리는 언젠가 아름다운 인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진리와 좋음도 언뜻언뜻 있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하나를 오랜시간에 걸쳐 부지런히 연습한다면, 사랑과 아름다움, 또는 진리나 좋음 자체로 향하는 단서를 하나라도 찾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책에 그런 여러 단서들이 숨어 있다고 믿습니다.  


풍요의 신과 결핍의 사이에서 태어난 에로스는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사이를 이어 주는 중간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에로스는 충족을 향한 갈망입니다. 에로스를 품은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아름다운 , 사랑스러운 , 좋은 것을 찾고자 합니다. 


에로스는 무지와 사이에 항상 놓여 있기에, 항상 알고자 갈망하는 우리의 상태, 지혜를 향한 사랑을 상징합니다. 섣부른 자는 자신이 지혜를 가졌다고 말할 테지만, 에로스를 품은 자는 자신이 다만 저편에 있는 지혜를 사랑하여 저쪽을 향해 뿐이라고 말할 겁니다.  


성찰 시리즈의 전작인 <숨은 신을 찾아서>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탐구는숨은 찾으려는 시도이다. 그것이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에 있다. 더러는 바다를 건너가기도 하면서 더러는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때로는 오뒷세우스처럼 때로는 에이해브처럼.”


그것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 바로에로스 몰입된 이의 고된 여정 같습니다. 

가장 높은 물마루에 오른 파도처럼 에이하브는 죽기 직전에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 미인은 하늘 한구석에 있는가마음속에 있는가, 아니면 애초에없는가, 그저 동파와 손님이 마음속에 품고 있을 뿐인, 뭔가 아득한아름다움이라 이름 붙여진 환영인가.” - p. 7


책은 아득합니다. 

망망대해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처럼요.  

멀리 보이지만 다가가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 멀리에 또 여전히 있습니다. 

사랑이 아름다움을 향한 아련하고 아득한 동경이라면, 

책을 읽으며 느끼는 아득함도 좋은 체험이 같습니다. 


강유원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이미 그러하듯, 더 아름다운 형식을 갖추려고 애쓴 흔적들은 내용을 풍부하고 재미있게 향유할 있게 하는 미덕 같습니다. 예컨대 각 절의 한 구절씩 따와서 구성한 목차는 각 제목들이 앞뒤로 신기하게 연결되어, 차례로 쭉 읽으면 전체 내용을 개괄할 수 있습니다. 그게 차례의 기능이죠. 


이 책의 본문과 주해는 분량이 거의 같습니다. 이것은 주해가 본문에 딸린 출처 표기 기능에 그치지 않고, 주해 자체로 별도의 책 한 권, 즉 해설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의 만듦새가 무척 훌륭합니다. 눈으로 보면 아름답고 손으로 만지면 사랑스럽습니다.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에로스를 찾아서> 뒷부분이 다음 편의 주제와 맞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가 바라보는 미인과 내가 바라보는 미인은 네가 가진 방식과 내가 가진 방식에 얽매여 있다. 너의 아름다움과 나의 아름다움은 다르다. 아름다움은 것이요, 사랑은 곁에 있다.” – p. 73


강유원의 성찰시리즈의 다음 편을 고대합니다. 좋은 책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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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고전 연속 강의 4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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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분석한 작품들 중 아직 읽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무척 부담을 갖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을 대부분 갖고 있습니다.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 둔 채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책들을 하나씩 책상으로 가져와 눕혀 놓고 펼쳐 읽고 있습니다. 평생 자발적으로 펼쳐 볼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욥기>도 말이죠.    


책 읽는 사람에게 가장 커다란 즐거움은 정신의 경이로움을 깨닫는 순간 같습니다. 파스칼의 말처럼 인간은 물리적으로는 우주의 티끌도 안 되는 미미한 존재지만 동시에 무한한 정신을 지닌 거대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우리와 같은 인간들이 이런 정신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경이롭습니다. 어떤 세계인지 궁금하고 설렙니다. 


<문학 고전 강의>를 펼칩니다. 


강유원 선생의 다른 책들도 이미 그러하듯, 이 책의 아름다운 형식은 내용을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미덕 같습니다. 각 장(작품)마다 첫 항목에는 작품의 주제가 제시되고, 여기에 딸린 항목들에는 인간상(주제)을 잘 드러내는 인물의 이름이 제목으로 달려 있습니다. 모든 장의 구조가 같습니다. 그리고 각 장들이 서로 보완하며 거대한 전체를 이룹니다. 


11강 ... 인간 도덕의 한계

12강 ... 경건한 사람 욥

13강 ... 죄를 짓지 않는 욥

14강 ... 반항하는 욥

15강 ... 무릎 꿇는 욥


26강 … 쟁투를 벌이는 인간들의 무대

27강 … 초자연적 위력을 모두 동원하여 왕이 되려는 맥베스

28강 … 초자연적 힘에 의해 살해당하는 맥베스


32강 … 갈등하는 인간

33강 … 사랑을 과시하는 오셀로

34강 … 파멸을 부르는 오셀로


35강 … 개인의 고투

36강 … 타락하게 된 인간

37강 … 속죄자 인간


제1강 “불멸을 향해 나아간 인간의 귀결”은 마지막인 제40강 “위엄 있는, 신을 믿지 않는, 신을 닮은 선장 에이해브”와 조화롭게 커다란 원환구조를 이룹니다. 각 장에서 다룬 작품들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길가메쉬’는 ‘오뒷세우스’와 연결되고 ‘오뒷세우스’는 ‘파우스트’와 연결됩니다. <팡세>에서 <욥기>는 다시 등장하며, 파스칼이 다룬 세계는 괴테나 허먼 멜빌이 다룬 세계와 통합니다. 


인간 세상은 날줄과 씨줄로 촘촘히 엮인 번듯한 옷감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올이 풀려 여기저기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철학과 문학의 경계는 모호하고, 역사와 문학의 경계도 모호합니다. 언제나 생생한 삶이 먼저고 표현 형식은 그 다음이니까요. 


셰익스피어가 했던 일은 특정한 캐릭터들로 세상의 수많은 인간 군상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오셀로>를 두어 번 읽은 적이 있는데, 이간질에 능통한 협잡꾼 이야고가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진짜 주인공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보통은 오셀로가 주인공인줄 아는데 말야 실은…’ 하고 말이죠. 그렇지만 <문학 고전 강의>를 읽다 보니 생각이 바뀝니다. 이야고는 오셀로의 의지에 따라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하는 캐릭터입니다. 오셀로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오셀로의 사랑이 데스데모나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데스데모나를 사랑하는 자신을 향한 것인지 파악해야 함을 알았습니다. 


참신한 이해와 올바른 이해는 다른 것 같습니다.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 개성 넘치는 독서는 얼마나 섣부른 일인가요. 올바른 번역이 선행되지 않는 개성 넘치는 해석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요. 책장에 꽂힌 <오셀로>를 꺼내 책상에 다시 눕힙니다.  


저는 이 책 <문학 고전 강의>가 <철학 고전 강의>의 연속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유하는 유한자 존재하는 무한자”라는 주제가 이 책에도 여러 모습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에 출간된 <숨은 신을 찾아서>가 이 두 고전 강의 시리즈를 넌지시 이어주고 있는 듯합니다. <문학 고전 강의>의 부제인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는 아마도 “내재하는 체험을 매개하는 서사”일 것입니다. 하나인 개인을 인류의 하나가 되게끔 매개하는 이야기 말이죠.  


문학은 상상력의 세계입니다. 상상력은 세상을 구성하는 힘이자 공동체 구성원들과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문학은 인간과 인간을 서로 연결해 주는 이야기요 상징입니다. 개인은 구체적이지만 인류는 보편적입니다. 문학적 상징은 그 구체성과 보편성을 잇는 징검다리입니다. ‘오셀로’라는 징검다리를 딛고 ‘맥베스’라는 다음 징검다리를 딛습니다. ‘욥’과 ‘에이해브’라는 징검다리들을 건너며 겪어 보지 않은 세계를 내 안에서 겪습니다. 


9년여에 걸친 160주의 고전 강의 여정이 끝을 맺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강유원 선생은 <숨은 신을 찾아서>로 이미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셨음을 독자에게 알렸습니다. 독자로서, 고전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강유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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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 - 800만 권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에레즈 에이든 외 지음, 김재중 옮김 / 사계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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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를 닮은 언어의 변화 과정이 거대한 서사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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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배신 - 베테랑 번역가도 몰랐던 원어민의 영단어 사용법
박산호 지음 / 유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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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체득한 알찬 지식. 친절한 해설과 간결한 예시. 이야기의 결과 지식의 결이 겹쳐 있어서, 가볍게 읽어도 좋고 무겁게 읽어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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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살리는 문법의 힘 - 두고두고 찾아보는 한국어 사용 설명서
정재윤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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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죠. 우리가 자주 쓰고 또 자주 틀리는 사례들이 알기 쉽게 정리돼 있습니다. 무척 유용합니다. 저자 말마따나 ‘한국어 감수성‘을 기르기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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