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N.H 클라인바움 지음, 한은주 옮김 / 서교출판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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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명화들의 재개봉 소식이 많다.
"티비에서 봤던 영화를 영화관에서 또다시 돈을 주고 보려고 할까?" 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영화 재개봉 마케팅은 성공적인 편이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 또다시 좋은 것처럼, 나와 같은 영화광들은 명작은 다시 한번 더 봐주는 게 예의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찾는 것 같다. 작은 TV앞 소파가 아닌, 내 눈과 귀를 압도해줄 큰 스크린이 있는 곳을 말이다.

이 책/영화 역시 최근에 재 개봉을 했으나, 나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를 보지 않고 책부터 읽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과 배경을 내 머리로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셈이니까. 그렇지만 단 한 명의 인물은 상상에 실패했다. 이 책을 이끌고 나가는 주인공 '키팅'선생이었다. 너무나 그 역할에 잘 어울렸던 배우라 그랬을까. 나는 키팅 선생의 표정 하나하나를 연상할 때마다 '로빈 윌리엄스'의 얼굴을 도무지 머릿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었다. 


#호이폴로이
의학, 법률, 금융, 이런 것들은 모두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이 세상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 <죽은 시인의 사회> 책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웰튼 아카데미'라고 하는 수재 남학생들만 모이는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할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인 이곳은, 늘 많은 졸업생을 명문대로 진학시킨 학교였다. 어릴 때부터 좋은 집안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온 아이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기계처럼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들은 새로 부임한 웰튼 아카데미 출신의 엘리트 교사 '키팅'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그에 의해 자신들의 삶 가치관이 바뀐다.

호이폴로이는 '어리석은 군중'이라는 말이다. 키팅 선생은 기계처럼 공부하는 아이들을 호이 폴로이라고 불렀다. 마치 기계를 찍듯 똑같이 전형화된 삶을 사는 아이들. 키팅은 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무엇이든지 값이 뚝 떨어지는 공식으로만 배우고 이해했던 아이들. 당연히 키팅만의 독특한 수업방식이 이해될리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 '닐'의 주선하에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키팅을 따르기 시작한다. 부모에 의해 수동적인 삶만을 살아오던 아이들은 점차 그렇게 능동적인 삶을 찾게 된다. 


#카르페디엠
이제는 너무나도 대중화된 이 말. 포털사이트에 이 검색어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에 '죽은 시인의 사회'가 나올 만큼, 이 책/영화의 소재, 시사점이 이 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 중의 아이들은 현재를 즐기는 법을 알지 못 했다. 오늘은 그저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참는 하루일뿐이었다. 이들에게 좀 더 자유롭고, 능동적인 삶을 알려주고 싶었던 키팅 선생은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찢으라 명하기도 하고, 국어 수업을 운동장에 나가서 하기도, 책상에 올라가서 수업을 하는 등.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획기적인 수업전략을 내세웠고 그 전략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러다 아이들은 우연히 키팅 선생의 과거 학창시절 비밀그룹을 알게되고, 이 그룹은 그들에 손에 의해 다시 부활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말은 이 책의 제목이면서 극중 주인공들이 다시 결성한 비밀그룹의 명칭이기도 하다.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저 삼삼오오 동굴에 모여 명시를 읽거나, 자작시를 읽는 것 따위였다. 적어도 처음 볼 때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이 '시읽기 모임'은 모두를 변화시킨다. 시를 읽으며 점점 자신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마냥 기성품처럼 똑같았던 아이들은 점차 자신만의 숨은 색깔을 찾게 된다. 물론 그것이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것만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들뜬 아이들은 때론 돌발적,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모임의 결성은 긍정적인 방향이 더 컸다. 적어도 아이들 스스로가 '주체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으니까.



#기성세대와의 전쟁

"닐, 어렸을 때 아버지가 나를 뭐라고 불렀는지 아니? 5달러 98센트라고 했어! 사람 몸을 단순히 화학 물질로 계산하면 몸의 값어치가 그 정도밖에 안 나간대. 그러면서 날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내 값어치는 영원히 5달러 98센트 짜리 밖에 안될 거라고 말했어."
- <죽은 시인의 사회> 책 본문 중에서

 

극중 이야기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부모/자식 간에 고충 얘기다. 부모는 자녀가 학업에만 충실하여 조금 더 안정이 보장된 삶을 살기를 원하고, 자식은 그에 맞서 학업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늘 원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 가정을 꾸려야 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부모의 강요가 결코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반대로 자녀의 입장에서, 한 사람으로 태어나 부모가 원하는 삶만을 어렸을 때부터 강요받는다면 그 또한 비극이 아닐까? 주체적 '인'이 아닌, 획일적 '머신'이 되어야 하니까.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 내용을 마무리 짓자면, 우리의 주인공들은 끝내 그들에게 승리하지 못 했다. 하지만 키팅 선생을 떠나보내는 장면이 담긴 책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들이 마냥 패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외적으로는 진 결과이지만 내적으로는 지지 않았다 할까.


죽은 시인의 사회 그룹은,
두 명의 정회원을 받아들였다.
한 명은 극 중에서 탄생하고.
또 한 명은 현실에서 나타났다.

이젠 더이상 만날 수 없는 '로빈 윌리엄스.'
영화를 통해 그를 만나고 싶다.
우리들의 영원한 선생. '존 키팅'으로.

- Written by 리딩소년
http://blog.naver.com/mora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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