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책 한 권이 나에게 왔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나는 겉표지 색상과 크기에 마음을 뺏긴 상태였다. 이리저리 책의 겉을 둘러보다 첫 장을 펼쳤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이작가. 시작부터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글쎄요.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요.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근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책 <언어의 온도> 서문 내용 중에서.




#저마다의 온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온도를 담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언어를 어투(말투)라고 한다. 어떤 이는 말을 할 때 조곤조곤하게 하고, 어떤 이는 쩌렁쩌렁한 성량을 과시하며 말을 하기도 한다. 글 역시 마찬가지로 글 속에 그 작가의 성향이 묻어난다. 나에게 꾸지람이라도 하듯 소리쳐주는 작가도 있고, 내 고민을 들어주기라도 하는 듯 조용히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는 작가도 있다. 이번에 리뷰할 책 '언어의 온도'를 집필한 이기주 작가는 후자에 속한다.

작가의 목소리를 들어보진 않았지만, 뭐랄까 마치 연예인 '성시경'처럼 조곤조곤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편안한 필체를 좋아하기에 이작가의 필체를 좋아라 한다. 그의 이번 신작은  평소 그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썼던 일상 글들이 많이 책에 녹아 있었고, 전작[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에서 만나보지 못 했던 작가의 사생활(일상)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가의 동그란 안경에 담긴, 보통 사람들의 동그란 일상 이야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은 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의 리뷰를 짧게나마 해보려 한다.



#주변의 온도
이번 책은 참 멋진 말이 많은 책이었다. 그래서 책 모서리를 수도 없이 접어가며 읽었고, 형광펜을 참 많이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밑줄 친 문장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놀랍게도 내가 그은 문장들의 상당수는 작가 본인의 말이 아니었다. 작가의 일상 속의 사람들이 했던 말들에 내 노란 형광줄이 대부분 그어져 있었다. 작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았다. 출근길에 늘 이어폰을 꼽고 내 세상에 빠져있는 나와는 사뭇 상반되는 모습이다. 작가란 역시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거북이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존재인가 보다. 귀닫고 빠르게 움직이는 우리들이 보지못하는 것들을 캐치하니 말이다.

작가: "환자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으시던데요?"
의사: "환자에서 환이 아플 환이 잖아요. 자꾸 환자라고 하면 더 아파요."
,,(중략)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이 될 수도 있어요"
- 책 <언어의 온도> 중에서.



#그리움의 온도
작가는 얘기했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고.
그의 말처럼 어떤 특정한 음식은 특정한 기억을 연상시킨다. 또 특정 음악 역시 특정 기억을 불러온다. 잊고 지냈던 노래를 듣다 문득. 한동안 먹지 않았던 음식 냄새를 맡다 문득. 혹은 늘 즐겨듣는 노래나 좋아하는 음식 속에서 등등.. 어떤 음식과 노래들은 문득문득 그 어떤 누군가를, 그 어떤 누군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건 그 사람의 온도이기도 했고, 그때의 내 온도이기도 했고, 그날의 온도이기도 했다. 그리운 기억이란 어쩌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럴까. 다시 그때와 똑같을 수 없기에, 내 머릿속에 그리운 잔향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올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 책 <언어의 온도>중에서.



#사랑의 온도
책을 읽다 보니 '애지욕기생' 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끔 한다' 라는 뜻의 말이다. 처음 들어본 말이었지만, 내 스마트폰 노트장에 가장 먼저 남긴 말이기도 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사랑을 먹으며 살아간다. 밥과 물이 삶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필수이듯,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 없이 먹는 밥이, 사랑 없이 마시는 물이 어찌 맛있고 달콤하랴. 여기서 사랑은 이성 간의 사랑만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 부모와의 사랑일 수도, 친구와의 우정이 수도, 직장동료 간의 전우애일 수도 있다. 하나의 사랑만 받아서는 체온을 유지할 수 없다. 서로 성격이 다른 각각의 사랑온도를 받아야 우린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떤 물질로 대체할 수도, 살 수도 없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닐까.

'감정은 비매품이다' - 책 <언어의 온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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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향백리, 인향만리.
'향기로운 꽃향은 백리를 가고, 사람향기는 만리를 간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의 향은 코가 아닌 머릿속에서 오래, 그리고 멀리 가는 법이다. 그럼 나는 지금 어떤 향을 지닌 사람일까. 또 그 누군가에게는 어떤 향기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차가운 향일까. 향긋한 향일까. 아님 편안한 향일까. 나는 그저 바란다. 내가 뿜는 향이, 어떤 누군가를 만날 때 그 향이 '지독한 향'만은 아니기를.

- Written by 리딩소년
http://blog.naver.com/mora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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