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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 망상 - 어느 인턴의 정신병동 이야기
무거 지음, 박미진 옮김 / 호루스의눈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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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무거의 옴니버스식 정신 병동 이야기
중국 작가 무거의 정신병원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 「악몽과 망상」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되어있어, 읽으면서 「닥터 하우스」나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의학 미국 드라마가 생각나게 했다. 조울증 첼리스트 환자부터, 보상 중추가 유난히 발달해 걷기만 해도 행복하고 즐거운 연쇄 살인마의 아들 이야기까지.
이 책은 두꺼운 책 1권에 총 16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페이지로는 거의 700쪽에 육박하지만, 전부 단편이다 보니 읽는 데에는 부담은 없을 것이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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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함께 따뜻한 위로가 있는 소설
짧은 16편의 정신병 환자들의 단편들, 제목이 내뿜는 어두움과 달리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따뜻함과 유쾌함이 녹아있다. 각 에피소드의 주된 환자의 병을 알기 위해 의료진들은 상담이나 기계를 통한 검사뿐만 아니라, 슈퍼맨처럼 직접 현장에 나가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장까지 나갈 정도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정신병원이 실제로 있을까 싶었지만, 이에 반발심이 생긴 건 아니었다.
필자의 경우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소년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가슴이 미어져서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짧은 단편이다보니,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구체적인 이야기는 말하기 힘들지만, 다중인격 소년 이야기 만큼은 책에서 뜯어서 권하고 싶을 정도. 또, 각 장마다 의료진들이 던지는 대사에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의료진들이 건네는 말로 위로를 받는 독자가 어디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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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로 누군가의 마음의 병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이 책에서는 각 에피소드별로 환자들이 어째서 이렇게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그 가능성이 있는 원인에 대해서 기술하기도 한다. 정신병이라는 게 100% 이렇다는 정답은 없겠지만,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정말 누구에게나 언젠가 있을 수 있는 느낌이 든다.
필자는 모 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있던 때가 생각이 난다. 당시에는 환자였으니 내 코가 석자라고 나도 힘들고 아픈데 입원해 있던 다른 분들은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물어보기는커녕 궁금해하지도 않았기에, 그분들은 왜 입원했는지 무슨 병인지 모른다.
▲ 섭식장애 환자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하는 주인공 무거.
이 책은 읽다 보면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 것이다. 물론, 병원 의사들이 이 정도로 적극성을 띤다고? 하는 부분에서 허구적인 드라마 같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우리 곁에도 있는 정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그저 갑자기 미치고 아픈 게 아니라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겠다고, 그들을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저 쉽게 물어보기엔 어려운 그들의, 아니면 우리의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 알츠하이머에 대한 요즘의 문제를 짚어주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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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식 치유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떠오르기도 했고, 어쩌면 중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본 서평은 호루스의눈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