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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평점 :
2023년 7월 17일.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일하는 서세현의 앞으로 한 구의 시체가 도착한다.
도시와 시골, 그 사이쯤이라고 할 수 있는 소도시 용천에서 새벽에 발견된 20대 초중반 여성의 시체.
심하게 훼손된 시체를 부검하는 세현은 처음 보는 시체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살인마는 사체를 절개한 뒤, 실로 꿰맸다.
이를 본 순간, 세현의 머릿속에 한 명이 떠오른다. 이런 방식을 쓰는 살인마는 딱 하나,
바로 서세현의 아버지, 윤조균.
아빠는 사람을 죽이는 연쇄 살인마였고,
나는 그 시체를 치우는 딸이었다. (P. 36)
아직도 세현은 아빠가 어떻게 살인을 하는지 생생히 기억한다.
절단은 무조건 칼날을 직각으로 찔러 넣을 것,
적출할 때는 직접 손을 사용하고,
피부는 보이는 즉시 박리한다. (P. 36)
분명, 세현은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는데, 버젓이 살아 살인이라는 방식으로 세현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조균. 세현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그를, 세현은 먼저 찾아서 죽여야 한다.
먼저 사냥하지 않으면 그놈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자주 보이는 구조가 있다.
범인이 밝혀지는 것을 작품의 가장 뒤에 넣기, 그리고 범인을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던져주기. 범인이 미리 제시되는 작품의 경우, 어떤 목적을 위해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사건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가 중요해진다.
최이도의 「메스를 든 사냥꾼」은 작품이 시작되자마자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바로, 주인공인 법의관 세현의 아버지라고. 그러면서 동시에 세현의 드러나선 안될 과거도 이야기한다. 세현은 바로 그런 연쇄 살인마 아버지의 곁에서 시체를 치우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누군지 아는 범인, 하지만 분명 아버지를 죽였다고 하는 세현의 말에 처음 갸웃하게 되고, 이를 시작으로 헛발질 추론을 하며 책을 읽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과연, 자신의 딸을 잘 아는 아버지는 사냥할 것인가, 사냥당할 것인가.
저자 최이도는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나는 경찰행정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얼핏 봐도 작품의 장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용천 경찰서에서 연쇄살인을 수사하는 방식이나, 부검실의 풍경 등 관련되지 않았다면 알기 힘든 디테일한 묘사와 설정이 작품에서 돋보인다.
세현이 부검할 때의 시체에 대한 표현도 디테일하지만, 피부가 어쩌니 신경이 저쩌니 하는 건 잘 몰라서 어려웠던 부분을 제외하면 모든 페이지가 아는 한도 내에서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런 일부 묘사에 대한 상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쉬움은 잠시, '출간 전 영상화 확정'이라는 띠지의 문구가 OTT 오타쿠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침 장르적인 부분에서도 한국이 잘하는 게 또 범죄 스릴러 계열이 아닌가. 읽으면서 내심 상상했다. OTT는 어디로 갈지, 등장인물은 누가 될지 같은 것들 말이다.
매력적인 인물이면서도 소시오패스 기질이 있는 법의관 세현에는 누가 좋을까,
그런 세현을 묘하게 신경 쓰는 용천 경찰서 경위 정현에는 또 어떤 배우가 이미지가 맞을까.
그리고, 연쇄 살인마 아버지는 누가 좋을까.
영상화까지의 기다림이 아쉬워지는 한 권의 소설. 작가가 앞으로 이런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살려 다양한 작품을 내주길 기대하게 된다.
본 서평은 해피북스투유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