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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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문학 계간지 Littor릿터, 46호. 


서평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 계간지를 한 권 샀다. 잡지는 안 읽을 줄 알았던 내가 그 책을 굳이 구입했던 이유는 커버스토리, 「당신이 모르는 베스트셀러」중 하나인 '나는 어떻게 여덟 권의 책을 쓰고 한 권의 베스트셀러도 만들지 못했는가'라는 금정연 서평가의 기고문 하나 때문이었다.


우리를 우리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은 인터넷이 우리 사회로 들어선 이후로 더욱 많아진 듯하다. 사소한 타인의 댓글 하나부터, 신문의 기사, 잘 팔리는 물건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된 책이 여전히 1쇄에 머무르는 것을 보고, 나는 관심 없는데 모두가 읽는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가끔은 내 가치판단이 흔들리기도 한다.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 헤르만 헤세 | 뜨인돌

자기답게 사는 것 외에 

성장하고 진리에 이를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에 그렇게 이끌렸나 보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나 드라마가 커뮤니티에서는 까이고, 내가 예뻐서 산 옷은 지적당하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버려졌었다. 슬프게도 내 취향을 그렇게나 싫어하는 사람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기에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지금까지 아주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게 들리는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취향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군중'이 되어버린다.


뜨인돌 출판사에서 나온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은 헤세의 시, 에세이, 편지, 짧은 이야기 등의 45편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으로,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고집'과 '소신' 등, 타인이 아닌 자기 안의 빛, 자신의 영혼을 따라가라는 메시지다.

45편이라 해도 짧은 글이고, 짧다 해도 모든 문장을 전부 옮겨 적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와닿는다. 특히, 내 삶은 늘 충돌과 고독뿐이었기에 더욱 헤세의 글에 동기화가 잘 되는 걸까?



우리는 달라요.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삶이 가능하고, 그런 삶으로 부름을 받은, 언제나 소수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대다수의 대중보다 감각이 더 섬세하고, 사고력이 더 앞서죠. 이런 자질은 우리에게 아주 큰 행복을 가져다줘요. 우리는 더 정확하고, 더 감수성 있게, 더 뉘앙스가 풍부하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죠. 하지만 또한 우리는 고독하고 위태로워요. 우리는 대중이 느끼는 행복을 포기해야 하죠.

_P.15, 개인주의Individualismus


남들과 많이 다른 취향을 가지기도 했고, 고집이 세다는 말도 많이 들어봤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귀엽게 봐주었지만, 그 시기가 지나자 성인 구실을 해야 한다며 자연스레 꺾여버렸다. 그렇기에, 이토록 따뜻한 헤세의 조언을 마주했을 때 드디어 날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너무도 반가웠다.



고집(Eigensinn)이란 무엇일까? Eigen(자신의) + Sinn(감각). 고집은 누군가 자신만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_P.19, 고집Eigensinn


또, 곧잘 부정적 뉘앙스로 쓰이는 '고집'이라는 표현도, 헤세는 고집의 독일어 단어를 풀어쓰며 고집 있음의 가치를 증명해낸다. 한국어 단어의 고집도 굳을 고(固)잡을 집(執)을 쓴다. 부정적 뉘앙스는 지워버리자. 헤세의 조언처럼 우리는 자신의 감각을 찾아 굳게 잡아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 저마다의 인생의 최대 미덕인 것이다.


이 책을 알아보는 이는 나처럼 대중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치이며 살다 보니 어쩌다 나의 의지가 꺾여버리게 되고,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들. 설령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 안의 빛이 강하다면, 개성이라는 그 빛을 되찾기에 늦는 시기란 없으리라.




본 서평은 뜨인돌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자기답게 사는 것 외에 성장하고 진리에 이를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

_P.8, 서문Vorwort


우리는 '이런 식으로 사는 게 맞는 것일까?'라고 묻지 말아야 한다. 그런 질문에는 답이 없다. 모든 방식은 나름 맞는 방식이다. 오히려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나다.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다. 내 안에는 이런 필요와 이런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삶을 견디고, 가능한 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_P.9, 서문Vorwort


'인식', 즉 정신의 깨어남이 성서에서 죄로 묘사되는 것처럼, 개인이 군중을 헤치고 나와, 인간이 되고 개성적 존재로 우뚝 서는 것에 도덕과 관습은 늘 불신의 눈초리를 보낸다.

_P.10, 서문Vorwort


고집(Eigensinn)이란 무엇일까? Eigen(자신의) + Sinn(감각). 고집은 누군가 자신만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_P.19, 고집Eigensinn


자기 개성의 비밀은 오직 자신만이 발견할 수 있답니다.

_P.30, 자기 개성Die eigene personlichkeit


젊은 사람들은 비판과 거부에서 힘을 얻기보다는 감정과 이상을 동력으로 살아간다.

_P.114, 세계사Weltgeschichete


외부로부터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는 운명에 굴복당합니다. 화살이 야생동뭉를 쓰러뜨리는 것처럼 운명이 그를 굴복시키지요.

_P.128,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중에서

Was sollen wir tun? Aus >>Zarathustras Widerkehr<<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듯 고독 역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안에 운명을 끌어당기는 마법의 돌이 있다면 고독도 우리를 찾아옵니다. 많은 사람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황야로 길을 나섰지만, 예쁜 샘 곁에서 예쁜 은자의 오두막에서 우매한 군중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이 무수히 밀집한 곳에 서있지만, 별들의 서늘한 공기가 그들의 이마를 두릅니다.

_P.143,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중에서

Was sollen wir tun? Aus >>Zarathustras Widerke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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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미선나무에서 아카시아까지 시가 된 꽃과 나무
김승희 외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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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이루카 엮고 옮김 | 아티초크

미선나무에서 아카시아까지

시가 된 꽃과 나무

 

김승희, 에밀리 디킨슨, 퍼시 버시 셸리, E. E. 커밍스, 페르난두 페소아,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알프레드 테니슨, 월트 휘트먼, 토머스 무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윌리엄 셰익스피어,

백국희, 남궁벽, 김영랑, 이상, 김소월, 이육사, 노자영, 김명순, 오일도, 한용운,

안토니오 마차도, 윌리엄 워즈워스, 아틸라 요제프, 윌리엄 블레이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제라르 드 네르발,

폴 베를렌, 폴 로런스 던바, A. E. 하우스먼, 안나 마골린, 캐서린 맨스필드, 베르톨트 브레히트,

엘라 윌러 윌콕스, 랠프 월도 에머슨, 제인 테일러, 윤동주

 

 

 

꽃과 나무. 듣지도, 보지도, 말할 수도 없는 이 생명은 저마다의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모양과 빛깔을 띠며 자란다. 우리는 그런 꽃에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아스팔트를 뚫고 뿌리를 내리는 질긴 생명력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모든 이들이 식물을 바라보며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론 서로 상반된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시인들은 꽃과 나무를 보며 어떤 것을 느끼고, 시로 승화했을까. 평소 이 의문을 품고 살았던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여성과 소수자 문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번역가 이루카가 김승희부터 요한 볼프강 폰 괴테까지, 37명의 국내외 시인들의 꽃과 나무 시를 이 책 한 권에 엮어냈다.

 

 

 

 

 

 

/

장미가 곱다고

꺾어보니까

꽃포기마다

가시입니다

 

사랑이 좋다고

따라가 보니까

그 사랑 속에는 눈물이 있어요

 

그러나 사람은

모든 사람은

가시의 장미를 꺾지 못해서

그 눈물 사랑을 얻지 못해서

섧다고 섧다고 부르는구려

 

─ 「장미」, 노자영

 

 

 

꽃과 나무는 사랑도, 죽음도, 쓸쓸함이라는 감정도 알지 못한 채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겠지만, 시인들은 그런 꽃들 속에서 이를 읽어낸다. 그리고 그 시들에 경탄하며 읽는 건 내가 마음이 흔들리기 쉬운 '사람'이라 그런 것이겠지.

 

 

대체로 (그런 시들이 많긴 하지만) 꽃에 쓸쓸함이나 사랑을 담아 노래한 시에 눈이 머물게 된다. 내가 그런 상태여서 그런 걸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그저 추하고 쓸쓸한 인간인 채로의 나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인생을 꽃과 나무의 시로, 예쁜 꽃으로라도 꾸밀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나는 내 꽃 속에 나 자신을 감춰요

당신의 꽃병에서 나와 시드는데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은

나를 외로운 사람으로 느끼는군요

 

─ 「꽃과 함께」, 에밀리 디킨슨

 

 

 

 

 

 

가장 주고 싶은 책 · 가장 받고 싶은 책에 딱, 걸맞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꽃과 나무라는 공통된 키워드의 시에 맞게 매 페이지마다 그려진 식물 일러스트들이 참 예쁘다. 이 시인들도 식물에게서 아름다움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하며 시를 썼는데, 그런 꽃과 나무를 누가 과연 싫다고 마다할 수 있을까. 평소 시를 좋아하던 이에게도 선물하기 좋겠지만, 시를 잘 모르는 이에게라도 주기 좋을 것 같다. 누군가가 이 책으로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좋아하는 시인이, 호기심이 가는 시인이 생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역시 알고 있던 시인도 있었지만,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시인도 꽤 있었다. 참 꽃과 나무에 대한 시를 많이 쓴 듯,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자주 보이게 되는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라던가, 얼마 전 읽었던 김연수 작가의 단편 「사랑의 단상 2014」가 문득 떠오르는 시 「미선나무에게」를 쓴 김승희 시인이라던가... 또 이 책을 통해 새로 마음에 남기려고 애쓰고 싶어지는 시는 얼마나 많은지, 『자기 신뢰』라는 책을 쓴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도, 영화 『올드보이(2003)』으로 알게 된 엘라 윌러 윌콕스의 카네이션에 대한 시도... 우리는 구체적인 이유는 잘 알지 못한 채, 관습처럼 꽃에 의미를 담아 선물하는데, "죽지 않는 사랑과 정열이 여기 잠들어 있어"서, 우리는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스승님께 전달하는 걸까.

 

 

 

 

 

 

많은 시인들과 시를 다루다 보니, 책 끝에 시인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그들의 생애는 어땠는지, 그들의 글은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끼친 사람인지, 시를 통해 시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확장될 때 참고하기 좋은 페이지. 엮은 책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본 서평은 아티초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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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과 창조의 브로맨스 에밀 졸라와 폴 세잔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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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과 창조의 브로맨스, 에밀 졸라와 폴 세잔 | 박홍규 | 틈새의시간

 

 

 

또 부끄러운 이야기를 전시하게 되는 꼴이지만, 사실 나는 폴 세잔과 에밀 졸라, 각자 이름만 들어봤지 둘에 대해 잘 모른다. 연결성 또한 잘 모른다. 그런 연유로 서평단 모집에 망설였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도 이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되어서,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음을 미리 밝히고 싶다.

 

 

 

에밀 졸라와 폴 세잔, 이 둘에 대해 지식이 0에 수렴하는 나 역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 그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또 작품도 작품이지만 둘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나 프랑스사에 대한 이야기 역시 적지 않게 다뤄주므로, 읽다 보면 하이퍼링크처럼 또 여러 분야를 탐구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만약 이 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하더라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데, 박홍규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들의 브로맨스는 이미 그들이 살았을 때부터 유명했고, 한국에도 일찍부터 전해졌으나, 세잔의 전기나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그리고 인터넷, 국내외 각종 기사들을 통해 잘못 전해진 부분이 있다 하고, 이를 바로잡아주기 때문.

 

 

 

두 사람에게는 각자 타고난 재능과 개성, 그리고 노력과 함께 평생의 우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위대한 친구가 위대한 친구를 만든다. 위대한 예술가가 친구를 위대한 예술가로 만든다.

_P.15, 머리말

 

 

 

에밀 졸라와 폴 세잔의 각별한 브로맨스 이야기가 흥미롭다.

 

 

졸라는 영화 「박쥐(2009), 박찬욱」의 원작이 되는 「테레즈 라캥」이나 「제르미날」같은 소설을 쓴 소설가로도 유명했지만, 미술비평가로도 신문에 투고했는데, 그는 당시 인정받지 못하고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었던 세잔(과 모네, 르누아르 등의 화가들도)을 찬양하는 글을 썼다고 한다.

 

 

한 작가가 인정받지 못하던 화가를 글로써 지지한다. 이는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저 사회 속의 수많은 타인, 대중, 문단이나 학계의 사람들이야 어떻든 누군가의 가치를 알아주는, 아, 그래서 브로맨스인가. 세잔만큼 대단한 회화 작품을 만들지는 않지만 나도 가끔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 누군가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더라면 하고 입맛을 다시게 된다. 어쩌면 미대, 졸업전시회를 남기고 자퇴하지 않았을 수도.

 

 

 

저자는 영원토록 끈끈할 줄 알았던 둘의 우정이 깨어진 계기로 드레퓌스 사건을 말한다. 세잔은 1891년 가톨릭으로 개종을 했는데, 개종을 통해 보수 세력에 들어간 세잔과, 그 대립 축의 있는 정부와 군부를 비판하는 진보 세력인 졸라는 더 이상 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큰 사건을 두고 분열된 세잔과 졸라. 영원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여운이 남은 걸까. 모든 순간이 금세 사라지고, 지나간 것은 또다시 그리워진다는 어떤 책 속의 문장처럼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 서로를 향한 지지 뒤에 오는 결별의 고요함에 마음이 적적해진다.

 

 

 

작가는 지식의 재편집 자라던 류대성 작가님의 인터뷰 말씀이라던가, 그 자체만으로 완벽한 책보다는 한 권을 읽고 나면 다시 또 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던 조희봉 작가님의 「전작주의자의 꿈(2003)」 속 문장이 떠오른다. 책을 열자마자 보이는 방대한 자료들의 목록과, 책을 읽으며 보이는, 적절히 배치된 인용문들.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의 손을 거쳐온 자료들을 재편집해, 졸라와 세잔 사이의 브로맨스를 풀어내고 있다. 때로는 자료가 아쉬워 저자는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 설명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책 내용에서 이는 아주 미세한 부분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책들에서 인용하며 살을 붙이는 글을 읽다 보면, 전작주의자의 꿈의 문장처럼 그 자료들 역시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기존 저서를 반박을 하기 위해 인용하기도 해서 읽기에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가볍게 읽기엔 다소 거리가 먼 책. 에밀 졸라, 폴 세잔 두 인물,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과 함께 프랑스의 역사나 정치적인 이야기까지 함께 아우르며 다루기 때문에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약 이런, 지식을 광범위하게 다루어주는 책을 찾고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나. 평소 에밀 졸라나 폴 세잔에 흥미가 있었다면 읽어보기를 권장하고 싶은 책.

 

 

한편 졸라는 한국에서 그 전기가 번역되거나 저술된 적이 없다. 졸라를 소개한 책도 100쪽 정도의 간단한 입문서가 한 권 있을 뿐이다. 저명한 외국인 작가치고는 참으로 예외적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졸라가 무시되고 있다.

_P.39, 프롤로그, 왜 이 책을 쓰는가?

 

라는 박홍규 선생님의 말씀처럼, 명성에 비해 에밀 졸라의 저서를 검색해 보는데 몇 서적은 나오지 않는다. 인용 서적 표기에 있는데 절판된걸까? 이 책을 계기로 다시 재조명 되길 바라며...

 

+

얼마 전, 내 마음속 붙박이별 같은 류대성 작가님을 덕질의 일환으로 탐구하다가 박홍규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버킷리스트 같은 느낌으로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손에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글을 쓰시는구나, 류대성 작가님이랑 결이 뭔가 비슷한 게 느껴지기도 하고 박홍규 선생님 역시 호기심이 생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더 꼼꼼하게 읽게 되었다. 박홍규 선생님에 대해 알고, 가장 읽고 싶은 박홍규 선생님의 책은 이반 일리치 전집, 그중에서도 특히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이지만, 절판된 관계로 틈새의시간 출판사 책으로 먼저 시선을 돌려야겠다.

 

본 서평은 틈새의시간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상은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세잔의 그림에 나오는 모든 사물처럼 굳건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졸라의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튼튼히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성실하게 살았다.

_P.48, 프롤로그, 왜 이 책을 쓰는가?

 

나의 죄는 민중의 언어를 모아서 그것을 무척 공들여 만든 거푸집에 붓는 문학적 호기심을 가졌다는 데 있다. 아! 형식, 거기에 대죄가 있다니.(목로상8)

_P.213, 제4장, 졸라의 노동소설과 세잔의 구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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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튜브 주힘찬의 유튜브 클리닉 - 유튜브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닥터튜브의 돌직구 처방전
주힘찬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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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튜브를 꽤 오랫동안 봤다. 한국에 유브를 정착시킨 것과 다름없는, BJ 대도서관의 사일런트 힐로 유튜브를 입문했으니 거의 한국 유튜브의 시작과 동시에 시청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나도 유튜브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진지하게 고려했던 건 아니었는데, 내가 그 사람들 만큼 재미있을 자신이 없기도 하고, 그렇다고 게임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실행까지 옮기지는 못했다. 게다가 그런 생각을 살짝 해봤을 무렵에는 유튜브로 한달에 억, 천 입이 떡벌어지는 단위의 수입이 생긴다는 이야기만 듣고 무턱대고 고액의 장비를 사서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힘들어 장비를 다시 팔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으니...

 

 

유튜브 성공은 진짜 타고난 스타가 아니면 안되는 걸까? 그렇다고 보기도 힘든 게, 타고난 스타인 것 같은데도 생각보다 뜨지 않은 경우도 보기도 했고... 잠깐 반짝 떠오르다가 조용히 사라진 유튜버도 있다. 그런 일련의 장면들을 보다보면, 유튜브의 세계는 참 복잡다단하다는 인상만 남는다.

 

 

미래의창 출판사의 신간, 「닥터튜브 주힘찬의 유튜브 클리닉」은 유튜브라는 채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전략적이고 영리하게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아닐까. 저자 주힘찬은 유튜브나 스트리머를 조금이라도 파본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CJ ENM DIA TV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근무할 때 광고 세일즈 보다 '채널 매니지먼트'에 초점을 맞춰 서포트 했었다 한다. 또, 중장년층의 유튜브 유입을 예측해 2019년에는 트로트 가수들과 파트너십을 시작. 지금은 퇴사 후 유튜브 채널 1:1 관리 서비스를 운영하며 임영웅, 이연복 셰프와 파트너를 맺고 있다고 한다.

 

 

 

 

 

 

나는 경력에서 이 분이 조금 새롭게 보였는데, 예측과 분석을 잘 하시는 부분도 놀라웠지만, 크리에이터들이 광고 세일즈를 하는 것 보다 '채널 매니지먼트'에만 초점을 맞춰서 관리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깊다. 저마다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의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료 광고만 많이 올리면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인상이 남기 때문. 그래서, 이 때 부터 시청자 심리를 잘 파악하고 계셨던건가 싶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컨텐츠 흥망성쇠부터, 나의 채널 매니지먼트 및 분석, 비즈니스, 그리고 멘탈 관리법까지. 누군가 열심히 일궈낸 성과에 대한 비결은 참 얻기 힘들지 않나. 물어봐서 대답이 돌아온다 한들,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알려줄까.

 

 

 

 

 

 

 

책은 '아 이건, 업계의 비밀인데...' 하며 알려주기 망설이는 부분이 없진 않겠다는 소소한 상상은 차치하더라도, 꽤 구체적이고 속속들이 알려주고 있다. 수많은 그래프 속에서 크리에이터가 무엇을 봐야할지, 지표를 바탕으로 어떻게 더욱 많은 팬덤을 모을 수 있는지 등의 전략을 나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세울 수 있을 것.

 

 

 

 

 

 

요즘은 사실 플랫폼의 경계가 사라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도 다 똑같은 건 아니지만, 유명한 유튜버가 자신의 영상을 인스타그램 릴스에 맞게 편집해서 올리기도 하고, 틱톡으로도 올리기도 하니 말이다.

 

 

플랫폼만 다를 뿐, 시청 층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에서 다루는 콘텐츠 기획이나 이미지 전략, 비즈니스 파트는 굳이 유튜버가 아니더라도, 지금 하는 채널이나 계정이 조금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보가 보이지 않을까.

 

 

 

 

 

 

한국에서 너무나도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플랫폼이지만, 누군가는 또렷한 목적을 마음 속에 품고 도전하고 싶은 영역, 유튜브. 시작하기 전에 이 책으로, 또 혼자 고군분투 하기보다 이 책을 곁에 두고 한 번 큰 그림을 그려보길 권하고 싶다.

 

 

 

본 서평은 미래의창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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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단타전략 - 15만 원으로 10억 만든 실전투자대회 1위 수상자의 필승 트레이딩 공식
홍인기 지음 / 길벗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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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에 제일 유명하고 보편적인 투자는 아무래도 '주식'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가져다주는 수단이기도 한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급강하하는 하향곡선에 절망감을 안겨주는 수단일 수도 있다. 이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미디어에서 주식의 안 좋은 모습을 보고 시도조차 못하는 그룹일 수도...

 

 

나는 이것저것 따져볼 것도 없이 시도조차 못하는 그룹 쪽에 속해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쌍문동의 자랑, 조상우(박해수 扮)가 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도 거액의 빚을 지고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되었는가. 이렇듯 창작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주식투자의 결말은 대체로 암울하기 때문에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아무래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다.

 

 

북스타그램 시작 이래, 처음으로 선제안이 왔다. 길벗 출판사의 「처음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단타전략」. 카카오TV의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는 주식 투자 예능의 출연자이며, 실전투자대회 1위 수상자이기도 한 MZ 투자자 홍인기의 첫 주식투자 저서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내 피드에는 주식의 ㅈ도 없어서 '이걸 왜 나에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다 보니 출판사에서 주식을 하나도 모르는 나를 왜 간택했는지 많이 알 것 같았다.

 

 

Q. 주식하려면 거금이 필요할까요?

A. 단기 투자를 하면 소액으로도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Q. 따로 하는 일이 있어서, 어떤 식으로 운영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A. 스캘핑, 데이트레이딩, 스윙 매매 셋 중에 맞는 걸 하시면 됩니다!

Q. 우량주를 돌 무렵 때 사줘서 오래오래 묵혀두는 돌잔치 매매법이라는 게 좋다면서요?

A. 장기투자라고 기다리면 무조건 오르는 게 아닙니다!

 

 

 

 

 

 

저자는 책에서 매체에서 접한 주식에 대한 환상이나 편견 등을 깨주고, 주식 동향이나 이슈, 그래프 읽는 법뿐만 아니라 왜 단기 투자가 좋은지 등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좋았던 것은, 사실 무조건 좋다고 하면 마음에서 저항이 생기기 마련인데, 객관적으로 주식투자를 바라보고 독자에게 설명해 주는 점이었다.

 

 

 

 

▲ 사실 주식 하게되면 좋아하는 주식 사려고 했음.

 

 

 

주식이 리스크가 있는 투자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학업 또는 직장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주식투자에 집중하지는 말라는 조언이라던가, 주식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이야기라던가. 저자는 애써 주식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포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개미 독자들이 조금 더 차가운 이성을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목 그대로, 주식에 대해 백지인 사람이더라도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책. 주식에 담쌓은 나도 책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남은 건 실천뿐...

 

 

15만 원으로 10억 만드는 비결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본 서평은 길벗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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