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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 삶을 파괴하는 말들에 지지 않기
아라이 유키 지음, 배형은 옮김 / ㅁ(미음) / 2023년 6월
평점 :
스스로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들어주는 책.
제15회, 철학자 이케다 아키코를 기념하는 '나, 즉 Nobody 상' 수상
사회학자, 《민낯들》 저자 오찬호 추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어떤 호소의 말들》 저자 최은숙 추천
일본에서 소수자의 자기표현법과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연구하고 있는 문학 연구자, 아라이 유키의 책. 책은 전체적으로 일본 사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책은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에도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이 만연해 있지 않은가.
혹, 스스로가 노골적인 혐오적인 욕설과 표현을 하지 않다 하더라도, 좋게 포장된 표현이지만 누군가의 입을 다물게 하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입을 다물게 하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이 책에서는 여성, 장애인, 환자, 노인, 어린이, 피해자 등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누군가의 안에서 내리 쌓이는 언어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확연히 느껴지는 차별적인 언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쓸모없다'라는 말을 들어서 느낄 누군가의 두려움이나, '나약하다', '어리광 피우지 마라'라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가 겪는 부조리함, 부당함에 대해 입을 다물리게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깊게 생각해 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언어의 이야기까지 다루어 준다는 점이 좋았다.
▲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형체가 없지만 말은 층층이 쌓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혐오나 증오 표현의 말이 쌓이고 쌓이면 더 큰 범죄의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필자 역시 인터넷을 가까이하며, 혐오 표현을 자주 접한다. 기사화되지 않는, 누군가의 댓글들부터, 때로는 심각한 사안에 기사화되는 일까지. 오늘도 누군가가 행동하는 범죄를 하게 만들기 위해 하나의 층을 쌓지는 않았을까, 돌아보게 된다.
요약되지 않는 저마다의 인생을 압축해서 말하기 힘든 것처럼, 이 책도 좀처럼 요약이 힘들었다. 다만, 언어생활에 대해 돌아보기 위해 누구나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문장으로 이 책을 말하고 싶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는 꽤 조심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도, 쉽게 간과하고 있던 부분이 많았음을 느끼기도 했다. 예를 들면, 말실수를 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논쟁 같은 데에는 약하다 보니, 늘 토론이 필요한 사회적인 주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거나, 의견을 잘 내지 않았었는데 그런 애매한 태도, 거의 방관에 다름없는 태도 역시 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빈약한 언어, 파괴된 언어가 아닌 구원하기 위한 언어를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던 책이었다.
▲ 증오와 조롱의 표현은 찾아내기 쉽지만,
구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없는 말은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누가 좋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꽤 여러 사람이 떠오르긴 했다. 대부분은 어렸던 나한테 말로써 상처를 줬던 어른들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지우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때 떠오른 것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분들이었다.
얼마 전, 이런 뉴스를 보았다.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등기부등본을 떼서 전세에 사는 아이를 차별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였다. 또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 수도 있는 학급 친구에게 개근 거지라는 이상한 표현을 쓴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에는 사실 아이보다는 그 책임은 양육자에게 있다고 본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흡수하며 자란다. 가까이 있는 어른의 태도가 그러하면 아이는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이 잘못된 표현인 줄 모르고 사용하게 된다.
필자는 그래서 이 책을 아이에게 직접 읽으라고 권하기 보다, 어른이 읽고, 깊게 생각하고, 이 책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올바른 언어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쓰여야 할 좋은 언어를 말이다.
▲ 각 주제가 마무리될 때마다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문은 꽤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 수영장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에게 청소를 시켰던 사건이 떠오르는 부분.
본 서평은 'ㅁ'(미음)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