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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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선생님인 호카리 신이치는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로부터 학교폭력 신고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일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는 학교의 입장 때문에 학교폭력 문제에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그런 호카리에게도 가족이 있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내, 사토미와 중학생 아들 슌, 그리고 초등학생 딸인 유카가 있다. 자식들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에겐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던 호카리에게 어느 날,

 

 

"도대체 무슨 일이야?"

─ 유카가.

몹시 당황한 목소리였다.

"유카가 왜?"

 

─ 초등학교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P.43-44)

 

 

유카가 초등학교 창문에서 뛰어내려 심하게 다쳤다는 사토미의 연락을 받는다. 유카가 뛰어내린 원인은 다름 아닌 집단 괴롭힘. 호카리와 사토미는 사건에 대해 알고 싶어 유카의 초등학교로 찾아가지만, 유카의 초등학교에서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하며, 가해자를 알리지 않으려 한다.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고 초등학교를 나올 때, 여자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주동자는 같은 반의 오오와 아야라는 아이에요." (P.79)

 

 

주동자를 알게 된 호카리 가족,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던 그 찰나, 데이토TV의 AD 효도 신이치가 호카리 가족에게 접근하고, 피해를 덮지 않고 알리고 싶었던 호카리는 결국 방송으로 이번 일을 송출하는 데에 동의를 한다. 매스컴을 통해 사건이 빠르게 퍼지자, 오오와 가족의 신상은 빠르게 인터넷에 확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야의 처분이나 대응은 없자,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린 호카리네.

 

그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긴다.

 

오오와 아야의 실종,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자택 근처 공원에서 아야의 사체가 발견된다.

 

 



 

 

-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 학교의 사람과 책임을 물어야 하는 가족의 사람

그 사이에서 호카리의 갈등

 

초반 이야기를 보면 호카리에게 아마 짜증이 날 것이다. 반 학생이 적극적으로 증거까지 가져왔음에도 자신의 안위, 학교의 안위를 중시하는 태도였기 때문. 그런 호카리에게 있어 학교폭력이 호카리의 일이 되었을 때, 호카리의 여전한 태도를 보고 가족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한마디, 한마디들은 /그래 그래야지!/싶은 마음이 들 것.

 

하지만, 이 이후의 모든 일들은 /이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도 안 되게 흘러간다. 미스터리는 자기 전에 읽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새롭게 깨닫게 된 책. 다 읽기 전까지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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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한 방향으로만 향하지 않는다

 

표지의 가시덩굴도 그렇고, 식물의 가시란 하나의 대에서 모든 방향을 향해 솟는다. 이처럼 작중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라버린 보이지 않는 가시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하다가도, 다시 가시가 난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구잡이로 자라는 가시가 다음엔 어느 쪽으로 향하게 될지, 책의 마지막까지 궁금하게 되는 부분이다.

 

 

 


▲ 인간을 저주하면 자신에게도 재앙이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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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미스터리란 이런 것

 

나카야마 시치리의 「가시의 집」은 미스터리 작품에 일본 내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윗선의 눈치를 보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덮기에 급급한 학교, 당사자의 보호보다는 화제에만 관심이 많은 매스컴 등을 미스터리 소설로 보여주며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학교폭력에 있어서 호카리를 포함한 학교와 교육청의 태도가 소극적이다 못해 없을 지경이라 본작에서는 그 해결 과정이 나오지 않는다. 작중에서는 존재가 흐릿하지만, 가시가 싹을 틔울 수 있게 양분을 준 거나 다름이 없었던 느낌. 어찌 보면 이쪽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 반전의 제왕다웠던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본 서평은 블루홀6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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