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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의 모험 -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17
하워드 파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2월
평점 :


[로빈 후드의 모험] / 하워드 파일 지음 / 서미석 옮김 / (주)현대지성 펴냄
정의의 히어로 '로빈 후드'의 작품 중 인간의 도리와 소통이 어우러진 '하워드 파일'의 <로빈 후드의 모험>은 셔우드 숲의 초록 물결을 드리운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중세의 시대상, 종교와 권력층의 부패, 기득권의 추악함을 신랄하게 나타내고 있다. '로빈 후드'를 통해 시민의 아우성이 들린다.
'로빈 후드'는 옛 민요와 전설을 취합한 이야기이다. 그중 '하워드 파일'의 작품은 인간의 '선'을 넘지 않는다. 셔우드 숲의 집단 특성이 도망자, 범법자일지언정 도덕적 양심을 지키고자 했다. 로빈 후드를 묘사하는데 있어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다. 젊은 혈기로 치오른 호승심에 왕의 사슴과 삼림 감독관을 향해 화살을 쏜(정당방위였으나) 로빈 후드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살생으로 인한 괴로움은 로빈 후드의 내면을 성장하게 한다.
_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한 번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p17 본문 발췌)
셔우드 숲에는 로빈 후드 외에도 부당함에 억눌리고 기득층에 삶을 빼앗긴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집단에 몸을 의탁한 이유는 다르나 그들은 '대의'를 향해 함께 나간다.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향해 로빈 후드를 필두로 폭압에 맞서 행동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워드 파일의 로빈 후드는 성직자들의 양심을 힐난한다. 그들이 누리는 부와 안온함이 결국은 낮은 곳에서 빼앗은 것이고 성직자로서 긍휼이 살펴야 할 이들을 외면하는 것을 비난한다. 퀘이커 교도인 하워드 파일은 곳곳에 기득권을 놓지 않는 종교적 특권층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다.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통쾌함이 있다.
_ '사람은 모름지기 탐욕을 부리고 교활한 수를 쓰려 들면 자기 꾀에 넘어가는 법이다.'(p96 본문 발췌)
로빈 후드의 오른팔이라 일컫는 '리틀 존', 지략가 '윌 스튜틀리', 조카 '윌 스칼렛', 음율시인 '앨런 어 데일'과 유쾌한 탁발승 '턱', 신의의 기사 '리처드' 등 등장인물에 대한 외견과 행동의 세부 묘사가 뛰어나다. 하워드 파일의 언어는 감미롭다. 계절을 그림 그리듯 표현했다. 배고픔을 3월의 칼바람에 비유하며 10월의 풍요로움을 들판의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_ '때는 일렬로 늘어선 관목들이 푸른 옷으로 갈아입고, 아름다운 꽃들이 초원을 수놓는 흥겨운 5월 어느 날의 새벽이었다.'(p14 본문 발췌)
그들이 머무는 셔우드 숲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 입는다. 녹음 아래 만찬이 펼쳐진다. 노팅엄의 광장과 핀스베리 들판에서의 화살 시합 등 장소와 시간을 묘사한 언어에 감탄을 감출 수 없다.
로빈 후드는 모험을 즐겨 하는 동적(動的)의 삶을 산다. 현명한 리더이자 의적으로 모험을 향해 주저함이 없다. 붙잡힌 동료를 구하러 서슴없이 활과 칼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끊임없이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노팅엄 주 장관과 탐욕스러운 주교를 숲에 초대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인다.
절묘한 신궁 솜씨로 활쏘기 시합에 참여하고 교주의 간교로 위험에 처한 상황을 타계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리처드 왕의 부름을 받아 충실한 신하로 헌팅던 백작의 작위를 받고 신의를 지켰던 로빈 후드. 결코 혼자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었던 소통과 신뢰가 이루어낸 결과이다.
철학이 담긴 <로빈 후드의 모험>은 삶과 죽음을 심오하게 드러낸다. 언제든 죽음은 피할 수 없으니 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_ '인간은 한 줌 먼지에 불과하고, 벌레가 갉아먹을 때까지는 이 생에서 잠시 스쳐가는 삶 아니겠어요. 그래서 살아 있을 때 열심히 즐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군요.'(p88 본문 발췌)
_ '그러고 나면 앞선 계절이 지나간 것처럼 그 가을도 곧 지나갈 것이며 곧이어 또 다른 계절이 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역시 이 세상에 왔다가 떨어져 곧 잊혀져 버리는 낙엽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p237~238 본문 발췌)
책에 그려진 삽화는 하워드 파일의 작품이다. 로빈 후드와 그 일행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술학교를 세우고 그림에 깊은 애정을 보인만큼 중세의 모습이 드러난 삽화로 인해 책을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에피소드는 리처드 왕의 사후 셔우드 숲으로 돌아간 로빈 후드와 그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영웅 로빈 후드는 권력의 맹점을 간파하고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로 돌아간다. 억압이 당연시되고 권력에 의한 간교가 용서가 되던 시대였다. 탄압에 맞선 로빈 후드와 리틀 존의 모험은 희망을 전한다. 다채롭고 활기찬 모험이 주는 메시지는 삶의 환희이다.
로빈 후드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죄의 사면이 아닌 인간 내면의 성찰이다. 마음의 불편과 후회를 안고 살았던 로빈 후드는 소통과 양심을 통해 끊임없이 주변을 돌아봤다. 타애를 품고 생명을 중시했다. 그를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