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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부러진 사다리] / 키스 페인 지음 / 이영아 옮김 / (주)미래엔-와이즈베리 펴냄
심리학자 키스 페인의 [부러진 사다리_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는 불평등이 초래하는 부조화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기에 앞서 시각을 넓혀보고자 선택한 책이다. 불평등의 은유적인 표현인 '부러진 사다리'는 계층 간의 불평등이 초래하는 사회 현상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느끼는 부조리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은 소득에 따른 상대적 지위 체계와 박탈감 / 인종 우월주의로 야기되는 인간 존엄성 / 보수, 진보 간의 정치적 이념의 확립과 대립 / 일터의 공정한 경쟁 등에서 나타난다. 사람 심리에 따른 불평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스며들고 우리의 생각에 끼치는지 다각적인 영향을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통제 가능하다 여겨지는 사회에서 불평등이 초래한 문제점을 살핀다. 주관적인 사회의 지위를 보여주는 계층의 사다리에서 내가 위치한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본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타인과 상대적 비교를 한다. 사다리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른 소득 간의 비교는 경쟁심 유발로 이어진다.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평균 이상으로 생각하는 '워비곤 호수 효과'에서 보듯이 스스로 중산층 이상이라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 과대평가의 맹점이다. 사회적 지위가 미치는 성공 인식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계층 고착화와 더불어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사회에서 내가 가지는 가치는 무엇이며 충분히 역량을 다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불평등'하다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과 대척점에 있는 것인지, '평등'의 본질적인 물음을 깊이 생각해본다.
가난으로 인한 불평등을 푸념하기보단 기회의 결핍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가난이라는 환경에 따른 행동의 제재는 있을 수 있으나 기회를 갖기 위해, 한 계단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적 박탈이 야기하는 개인과 사회의 취약점은 '가난'이 이유가 아닌 '정신'이다.
인종 차별로 대표시 되는 백인과 타 민족, 종교에 따른 기독교와 타 종교, 소득에 따라 나뉘는 빈부의 불평등 외에도 진보와 보수의 차이로 대립되는 정치 이념도 불평등으로 대표된다. 이 책에서 여러 사회 현상과 인간의 모습을 다양한 '실험'으로 다루고 있다. 실험 목적과 환경, 방식을 염두에 두고 그에 따라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서술되어 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단적으로 부촌과 빈촌이 나뉘는 곳이 존재한다. 일반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간의 진학을 둘러싼 학교 문제도 있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통념의 개념을 벗어나 인격을 배척하는 사회 계층 간의 간극은 쉽게 해소되기 힘들다. 수저론으로 대표되는 사다리의 간격은 사람을 무력감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금수저가 아닐지라도 내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부'가 주는 풍족함이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부'로 인해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을지라도 그것이 '행복'의 위치를 지정하진 않는다. 행복의 척도를 10이라 여겼을 때 10을 채우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행복을 느끼는 크기에 따라 만족도는 달라진다.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채울 수 있다면 사다리 높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삶에서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