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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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제프리 초서 지음 /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펴냄




캔터베리로 순례를 떠나는 각계각층의 여행자들이 한 여관에 모인 것을 기점으로 여행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각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형식이다. 당시에는 캔터베리의 순교자 토마스 베켓의 숭고함을 기리기 위해 중세에는 캔터베리 성당으로 발걸음을 했다고 한다. 순례의 길을 부와 권력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 제프리 초서의 작품에도 기사, 성직자, 상인, 변호사, 소지주 등의 많은 인물이 순례를 떠난다. 그들이 내놓은 이야기 또한 수많은 삶을 그려내고 있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펼쳐낸다.


영문학의 시초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인물인 제프리 초서에 대한 연보 및 캔터베리에서 순교한 토마스 베켓의 사건, 캔터베리 순례가 가지는 의미 등은 역자 송병선의 작품 해설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작품이 가지는 의의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제프리 초서가 소개하고 있는 순례자들의 수는 30여 명이지만 이들이 모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중 24개의 이야기가 있으며 1부에 소개되고 있는 <요리사의 이야기>는 미완으로 남아 있다. [캔터베리 이야기]의 필사본 중 엘리스미어 판본과 등장인물 삽화가 초입 부분에 있다. 캔터베리 성당 및 초서의 무덤 등도 사진과 그림으로 삽입되어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제프리 초서는 이야기에 참여하는 인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독 서문이 긴 이유는 각 인물들에 대한 그림과 세세한 묘사가 있기 때문이다. 순례길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여관 주인의 의견으로 시작된 이야기 릴레이는 기사의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기사도가 담긴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각 인물이 펼친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중세를 살펴볼 수 있다. 당시대를 풍미(風靡) 한 인간상과 생활, 여성과 남성의 지위, 사회제도와 각 계층이 처한 상황 등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그리스 신화의 테세우스 시대의 사랑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거나, 통속적인 치기에 부부간의 신뢰를 저버리거나, 권력에 감춰진 인간의 욕심, 신을 향한 갈망을 드러내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작품을 집필하던 제프리 초서의 죽음으로 [캔터베리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미완의 작품이다. 제프리 초서가 작품에 드러내고 있는 것은 어떤 형태를 지녔든 '사랑'이다.


그리스도교의 순례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신화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보이는 것은 로마의 영향으로 비롯된 것 같다. 신의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나 해악으로 점철된 이야기이든 각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다. 세상사 많은 사연이 있고 각 사연에 숨겨진 지혜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제프리 초서의 감각적인 문장은 계절을 돋보이게 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서문의 첫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은은하게 내리는 4월 비가 3월의 가물었던 땅속으로 깊이 파들어갔다.'(본문 발췌) 문장에서 봄 볕의 따스한 기온을 몰고 오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주는 감촉이 느껴진다. 이렇듯 달마다 느껴지는 감수성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 책을 가방에 넣고 캔터베리로 떠나고 싶다. 순례의 길에 동참하기엔 내가 가진 이야기가 부족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캔터베리로 향하고 싶다.


‘현실’에 숨겨진 ‘바람’은 바람이 되어버린 걸까. 

‘안주’가 주는 포근함에 쉽게 뗄 수 없는 ‘열망'을 향한 도전.
숨어버린, 그러나 떨치지 못한 ‘미련’을 덧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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