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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경제이야기
임병걸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9월
평점 :

[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 / 임병걸 지음 / 북레시피 펴냄
"인터넷에 들어가면 시가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시대에 시인의 삶도 눈송이처럼 흔들립니다.”(본문 발췌) ‘돈’으로 모든 것이 규정되는 현실 앞에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사치가 되어버린 듯하여 울컥 눈물이 눈송이처럼 흩어진다. 밥 벌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인생, 시와 더불어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서정을 노래하는 표현의 감정은 허세가 되었고 어느샌가 냉혹함에 떠밀려 버렸다. 현실의 절절함 앞에서는 그 무엇도 고개를 들 수 없는 것일까, 이 시대의 '시'가 품은 뜻은 그저 한 줄, 글자 나열에 지나지 않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하다.
시와 경제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시대를 이야기하고 애환을 들이붓는 것만큼 함축적인 의미는 없지 않나 싶다. '시'에 담긴 경제는 '삶' 자체이다. 엄혹한 현실을 돌아보는, 이 시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문학의 측면으로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이 결코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정규직이 꿈이 되어버린 시대, 불확실에 자신을 걸어야 하는 시대, 부와 빈이 양극으로 치닫는 현실, 얽혀버린 인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은 '감정'을 가지기에 여유가 없다. 그저 다 그렇게 살아간다는 보편적인 위로에 인생을 맡기기엔 서글픈 마음뿐이다. 무엇으로 위로받을받을 수 있을까, 어떤 위로가 '삶''을 지탱할 수 있을까.
몸 누일 방 한 칸을 소원하는 것이 버겁고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하고 이상을 꿈꾸기엔 각박한 현실은 옛 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손에 쥔 것이 적으니 그저 하루를 잘 소비하는 것이 바람이고 내일의 의식주 또한 오늘과 같기를 바라는 것이 서민의 삶이다. 구애받지 않고 이상을 펼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돈'이란 것이 그렇게 만만하던가. 그러니 어제도 오늘도, 무수히 많은 내일도 '돈'을 향해 고군분투한다. 욕심을 담는 그릇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늘 부족하다 여긴다. '무소유'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불균형으로 불평등을 겪는 시대가 되지 않도록, 땀 흘려 얻은 것이 값진 것임을, 삶은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때를 소원한다. 인생의 궁극의 목적은 잘 먹고 잘 사는데 있는 것이니 현실을 묵묵히 살아간다. 삶의 가치와 감동의 크기는 그려나가기 나름이니 오늘도 삶의 자유를 위해 손을 뻗는다.
천상병 시인의 [나의 가난은] 한 구절은 인생의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 한 잔의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나요?' (본문 발췌) 시대를 거듭할수록 척박해진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삶'이 가지는 빛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면 한다. 작가의 바람처럼 탐욕과 욕망에서 벗어나 시인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한 줄 서정시를 쓰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본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