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눈
미하엘 슈톨라이스 지음, 조동현 옮김 / 큰벗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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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눈] / 미하엘 슈톨라이스 지음 / 조동현 옮김 / 큰벗(큰북소리) 펴냄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의 울타리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등의 법은 과연 얼만큼 우리에게 효용의 가치를 지니는지 궁금했다. 결코 "법"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고 기득권과 힘의 원리로 흘러가고 그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법의 눈]을 통해 법의 상징성을 살펴보고자 책을 펼쳤다.

법에 관련된 책이어서 두껍고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으나 책을 받아보니 손가락 두께보다 얇고 핸드폰보다 조금 큰 아담한 사이즈의 책이다. 법이란 무게에 괜히 책의 무게를 걱정했건만 오히려 이렇게 손에 쏙 잡히는 책을 받고 보니 마음은 한결 가볍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가볍지는 아니할 것이니 찬찬히 법의 테두리를 둘러 조금씩 안쪽으로 파고든다.


독일의 저명한 법사학자인 저자 미하엘 슈톨라이스는 '법의 눈'이 시대에 따라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흔적을 따라가는 것으로 포문을 연다.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의미로 통용되는 현시대의 "깨어 있다"라는 맥락은 '법의 눈'이 경찰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한다. 무생물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되 늘 어디서든 적용되고 감시이자 보호의 의미를 지니는 규범적인 문서인 '법'이 가지는 '눈'의 의미는 무엇일까. [법의 눈]을 통해 의인화된 법의 존재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법치국가란 용어는 로베르토 폰 몰이 자신의 저서를 통해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절대군주의 지배를 벗어나 행정으로 정해 놓은 법률에 의해 다스려져야 한다는 것으로 객관성을 지닌 법에 의한 지배는 우리 시대의 빅브라더가 되었다. 요즘 우리나라는 '청소년 보호법'의 개정 찬반으로 뜨겁다. 현존하는 청소년 법이 과연 어느 정도 청소년의 계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법의 허점을 노려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점점 도를 넘어서는 일부 청소년들의 행동과 생각에 경종을 울려야 할 때이다. 개인적으로 청소년 법의 강화를 요구한다. 인간으로서 하지 않아야 될 행동을 서슴없이 양심을 버리는 일들을 보면서 강력한 법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역사적으로 법의 눈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암울기 통치자의 감시로 가려진 거짓의 '평온'은 시대를 억압했다. 서양의 예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난 정권을 살펴봐도 공공연하게 자행된 감시는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법치국가의 시민 자유를 박탈했다. 단지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사회 활동에 제한을 받은 사람들의 억울함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비단 지난 정권뿐만 아니라 유신시대, 군부 시대의 얼룩은 아직도 깨끗해지지 못 했다. 그 잔재에 둘러싸여 고통받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국가는 적폐 청산에 속도를 가해야 할 것이다.


서양사에서 '눈'이 가지는 의미는 종교와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무소부재로 고대부터 눈은 신성시되어 왔으며 '신의 눈'은 세속화된 신학적 개념에서 '군주의 눈'으로 또한 '법의 눈'으로 변화되었다. 신을 보호와 군주의 통치에서 벗어나 근대의 법이 지향하는 의미를 갖기까지 서양사에서 '눈'은 실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비 혁명의 산물로, 혁명의 주체로서 부여하는 의미는 제각기 다를지라도 모두의 염원은 '평화'이다.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시민의 의무와 그 시민을 지키는 국가의 의무가 '법의 눈'에 맞물려 있다.


옮긴이 조동현 님의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단순한 법의 관점에서 본 것이 아니라 고대부터 이어져 온 '눈'의 의미를 서양사를 통해 통찰하고 현 사회의 정의 구현을 위해 어떤 법의 눈이 적용되야 하는지 살펴본 책이다. 딱딱한 법 지식이 아닌 서양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었기에 의미가 있다. 법과 서양사를 이해하는데 다소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주석과 서양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잘 표기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또 다른 의미로 '지혜의 눈'을 부여받은 느낌이다.


'외눈'이 가지는 상징은 '약하고 두려움에 살아가는 인간이 법을 통해 파국에서 벗어나 최선의 상태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의 반영이다.'(본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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