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한 여행자, 길을 걷다 - 여행 입문자를 위한 여행 바이블
손봉기 지음 / 플래닝북스 / 2017년 7월
평점 :



[행복한 여행자 길을 걷다] / 손봉기 지음 / 플래닝북스 펴냄
'여행'이라는 활자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쉼'을 드리우고 '활력'을 끌어내며 '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여행'은 어느
것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동경과 설렘을 가득 품은 여행자를 위한 [행복한 여행자 길을
걷다]는 여행 입문자를 위한 여행 바이블이라 명하고 있다. 왜 이렇게 명했는지는 첫 여행지인 파리에서부터 드러난다. 저자의 손길을 따라
읽어내려가다 보면 흡사 그 자리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파리 거리에 발을 디디고 서서 360도 몸을 회전하며 찬찬히 둘러보는 듯,
명소 하나하나에 눈을 들어 새기고 벅차오르는 감정에 몸을 맡기게 된다. 20여 년간 전 세계 200개 도시를 탐색한 저자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같은 거리, 낮의 풍경과 밤의 풍경을 묘사했으며 진한 커피 한 잔의 내음과 맛있게 구워진 빵의 부드러움,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음식을 향한 찬사까지.
당장 책을 손에 들고 무작정 비행기에 오르고 싶다. 그 밤거리가 보고 싶어서, 찬란한 빛을 품은 아침이 그리워서, 거리 곳곳의 짙게 깔린
숨결을 경험하고 싶다. 인생에 있어 꼭 가봐야 할 곳은 어디일까. 얼마만큼 그리움을 품고 떠날 수 있을까. 그 그리움의 끝에서 나는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 현실의 주저함을 뒤로하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오래된 숙원이자 축복이다.
행복한 여행자로 시작되는 각 주제는 천상의 예술을 소개하는 11개의 도시와 인생의 축제를 맛볼 수 있는 11곳, 신을 향한 갈망이 표현된
10개의 명소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의 풍경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흐름을 담고 있고 지역이 내뿜는 삶의 모습이 있다. 심혈을 기울여 찍은 곳곳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눈이
맑아진다. 예술가들의 고뇌가 담긴 작품을 고요하게 즐기고, 곤돌라를 타고 베네치아 운하를 스치고 싶고 북적이는 플라차 대로의 하얀 차양 아래서
햇빛을 피하고 싶다. 나일강의 지평선을 마주하고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어보고 싶다. '체 게베라'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뜨뜻한 온도를 품은 음악이 흐르는 쿠바의 진한 칵테일 한 잔이 주는 묘미에 빠져보고 싶다.
길을 걸으며 느낄 수 있는 풍경은 실로 다채롭다. 빠르게 지나치는 아쉬움에서 벗어나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천혜의 비경을 지닌 곳이다. 쏟아지는 햇빛의 반짝임을 그대로 투영하는 사진을 보며
설렌다.
그 자리에 서서 힘차게 몸을 부수는 물결에 귀 기울이고 자연이 내뿜는 작은 소리도 놓치고 싶지 않다. 언제 이곳을 향할지는 알 수 없으나
플리트비체는 이미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도시의 인위적인 풍경이 아닌, 절경을 이룬 자연의 숨소리는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육안으로 담고 마음에 품고 싶다. 영원히 기억될 곳으로 손에 쥐고 싶다.
[행복한 여행자 길을 걷다]에 소개된 32개의 도시는 각각의 의미로 행복을 품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여행의 신'을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 할 정도로 빠져들었던 곳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그동안의 여행을 돌이켜보니 일정에 쫓겨 숙제를 하듯
해치웠던 여정이었기에 아쉽다. 계획에서 벗어나 한 번쯤은 발길 닿는 대로 그려볼 수 있는 풍경에 푹 빠져보고 싶다. 어느 여행지에서 만난 그
풍경이 나를 매료시킨다면 그것으로 나는 '여행의 신'을 만난 것이리라. 그저 눈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오도카니 서서 눈물을 그러쥐고 손을
대어 진정시킬 만큼의 '여행'을 동경한다.
바람이 분다. 한순간일지라도 삶의 고뇌를 흩트리는 바람이 분다. 그 바람결에 오롯이 빠져들 수 있는 벅찬 감동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