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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두 기자 ㅣ 바일라 2
정명섭 지음 / 서유재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남산골 두 기자] / 정명섭 지음 / 서유재 펴냄
불합리하고 불확실한 시대, 부조리의 온상인 세상을 향해 글 하나에 힘을 싣는다. 호쾌하게 그려지는 사건도 있고, 타협이라는 이름하에 면밀히 살필 수 없는 불합리도 있으며 미약하나마 작은 관심이 모여 정의를 외칠 수 있다. 지금의 신문처럼 조보가 지속되어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작가의 말 발췌) [남산골 두 기자]는 조선 시대의 사건을 파헤치고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남산골 김생원과 노비인 관수는 양반과 노복이라는 관계보다 한 집에 기거하는 인간과 인간으로서 마주한다. 여느 양반처럼 노비를 재산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신분의 차이는 있으되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김생원이었기에 맺어질 수 있는 끈끈함이다. 서로에게 지혜가 되어주는 그들의 눈으로 살펴본 사건 사고들은 그 시대에 국한된 것이 아닌 현시대를 꼬집고 있다.
조보에서 시작된 정기 간행물인 한성일보의 기자로서 둘이 조사하고 처음 낸 기사는 한증소의 의문의 죽음이다. 활인서에서 운영하는 한증소는 가난한 이들이 고되고 아픈 몸을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왜 죽는 사람이 생겼는지에 대해 면밀히 취재하고 신문 한편에 기사를 실었다. 병증에 맞는 치료를 받으면 좋겠으나 힘없고 돈 없는 백성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한증소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상태를 간과하고 무턱대고 찾는 것을 금하는 기사를 싣게 된다. 한증소의 정보를 제공하는 첫 기사는 성공적이었고 그들은 지속적으로 운종가를 돌며 사건을 귀에 담고 현장을 눈에 새기며 진실을 붓에 담는다.
고아원의 양인인 어린아이들이 노비로 팔려가는 실정, 얼음을 둘러싼 독과점과 담합의 불공정을 성토하고 소방관인 멸화군의 처우를 고발하며 양반들이 노비를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것에 분노한다. 그 과정들이 순리대로 흐르고 불합리가 올바르게 해결되면 좋으련만 어느 곳이든 힘 있는 자들의 입김이 끼치고 권력을 쥔 자들이 좌지우지하니 올바름을 내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 정의란 무엇인가, 글이 갖는 힘을 제대로 펼쳐 보일 수 있는 시대는 어느 때인가. 좋은 의도로 한 것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것이 타협이라는 이름하에 무마되어서는 안 되는 것을 한성부 두 기자는 실천하고자 한다. 글의 힘이 때로는 강하여 불이익이 해소되기도 하나 글을 쓴 이들의 힘이 약하여 감춰지고 묻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것에 주저하지 않고 붓을 들어 힘차게 써 내려간 글이야말로 세상의 올바름을 향한 발걸음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글로써 바꿀 수 있는 정의를 위해, 정의로 인해 올바른 역사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옳고 그름을 알고 부조리를 향해 외칠 수 있는 세상이다. 아직도 가려진 수많은 진실이 기자들의 수고에 힘입어 사실로 드러나고 대중은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언론의 힘은 이토록 중요하다.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진실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그 진실이 왜곡되지 않기를, 누구나 올바른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대중의 깨어있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