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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April come she will, May she will stay.
[4월이 되면 그녀는] /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RHK 펴냄
나지막이 울리는 선율이 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늑함이 깃든다. 거기에 더해져 사이먼 앤 가펑클의 [April, come she will]의 아련함이 흐른다. [4월의 되면 그녀는]은 화려한 색채보다 4계절을 스쳐 지나는 옅은 풍경이 깃들어 있다. 그 바탕에는 '연애'라는 확연함보다는 인간이 갖는 태초의 물음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 감정에 대한 '의식', 의식을 둘러싼 '무정', 무정이 감정의 의식을 되찾아 사랑이라는 유형의 빛을 띠게 되는 '4월'을 기대하게 한다.
희미하게 색이 옅은 풍경은 각 달(月)을 흘러 1년을 채울 때 비로소 색을 찾았다. 뿌옇게 감정을 통제하던 그들의 물음이 찾은 대답은 지나간 것에 대한 아련함이며 그것을 통해 바라본 현실이다. 지나쳐버린 내면을 돌아보았을 때 '허무'로 드리워진 인생에 깃들 수 있는 '희망'이다. 그래서일까, 결혼을 앞둔 '후지시로'와 '야요이'의 태연함을 가장한 무정(無情)은 필름 카메라에 갇힌 풍경 같다. 암실에서 긴 시간을 거쳐 손에 쥐게 되면 그제야 감정을 드러내는 필름 사진 같다.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서로의 무정을 평온함이라 여기는 그들에겐 그리움은 사진 한 장에 가두어둔 아련함과 비슷하다.
10년 전의 연인, 대학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만나 이끌림으로 감정을 내비쳤던 옛 연인인 '하루'에게서 느닷없는 편지가 도착했다. 소금의 짭조름한 맛이 담긴 볼리비아의 유우니에서 도착한 편지는 9년 만에 후지시로를 옛 감정과 마주하게 한다. 언제나 지속될 것이라 믿었던 사랑의 감정은 서로를 놓아버리는 선택에서 빛을 잃었다. 멀어짐의 순간에 '하루'를 붙잡지 않았던 것은 그녀에 대한 절박함이 없었기 때문일까, 약혼녀인 '야요이'의 부재를 담담히 받아들인 것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일까.
정신과 의사인 '후지시로'는 10년 전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됨으로 현재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감추어둔 무정으로부터 찬찬히 감정을 꺼내든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함께 보지 못했던 인도 최남단 바다에 떠오르는 카냐쿠마리의 아침 해를 그리며 '하루'가 '후지시로'에게 전하고자 했던 감정은 자신들이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그 무렵이다.
3월의 끝 무렵 그는 카냐쿠마리의 아침 해를 들쑨 '야오이'를 향해 달렸다. 4월이 되면 그는 '사랑'의 감정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각 날마다 야오이와 새로운 이야기를 채워갈 것이다. 사랑했을 때 비로소 사랑받았던 그 시절과 지금 사랑의 시간을 있는 힘껏 전할 것이다.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찾아오는 행복은 소설 내내 물었던 '왜 인간은 사랑을 하는 걸까'에 대한 해답을 내려줄 것이다.
카메라 셔터에 갇혀 타인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에게 무정했던 그들이 암실을 나와 선명해지는 그때, 둘의 사랑이 겹쳐지는 찰나의 '감정'을 공유할 것이다. 그 무게가 '사랑'이 함께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