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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레시피 - 요리 하지 않는 엄마에게 야자 하지 않는 아들이 차려주는 행복한 밥상
배지영 지음 / 웨일북 / 2017년 6월
평점 :

[소년의 레시피] / 배지영 지음 / (주)웨일북 펴냄
한 소년의 꿈과 가족의 모습이 담긴 책 한 권, [소년의 레시피]는 요리하는 아빠와 큰 아들, 귀염둥이 막내 아들과 엄마의 잔소리가 적절하게 가미된 삶의 이야기다. 한 소년이 자신의 꿈을 찾기까지 부모가 보여준 굳건함은 사춘기 소년의 행복 찾기에 길잡이가 되어 준다. 여느 사춘기 소년이 그러하듯 하루 종일 게임을 즐겨 하고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사수해야 하는 고등학생이다. 그럼에도 이 소년이 다른 이유는 야자 대신에 집에서 가서 저녁밥을 짓는 행복을 찾은 것이다.
요리 못하는 엄마 대신, 아빠의 밥을 먹고 자란 아이는 남자가 요리한다는 것에 큰 부담감은 없었을 것이다. 으레 그러하듯, 밥 짓고 설거지하는 일상이 당연하다는 듯이 일상에 스며든 풍경이니깐.
중학생 때부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의 노동이 얼마큼 값진 것인지 깨달았고, 요리를 하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솟았다. 대부분의 부모라면 야자를 빠지고 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아이에게 '선택의 존중'보다는 남들과 같은 길을 갈 것을 제의하지 않을까. 내 아이가 자퇴 운운하고 학교생활을 등한시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점점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 그 선택을 지지하고 존중해 줄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보면 소년의 부모는 아이의 행복이 어느 부분에서 극대화되는지 잘 아는 것 같다. 물론 부모의 잔소리는 피할 수 없겠지만.
음식을 손쉽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의 경우만 해도 오늘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실 요리에 별 흥미도 없는지라- 연휴, 주말보단 평일이 좋다. 저녁식사만 준비하면 되니깐. 아침 먹고 나면 바로 점심을 준비하고, 어느새 저녁식사로 이어지는 하루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면 힘든 하루가 된다. 물론 내 가족이 먹을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준비는 하지만 특별히 잘하는 음식이 아니다 보니 그 고민의 시간은 더욱 늘어진다. 그런 면에서 저자인 배지영 씨가 부럽다. 남편이 음식상을 차려주고 아들이 여러 요리를 맛보게 해주니깐. 부럽다. 그래도 나의 음식을 먹어주는 가족이 있어 내 음식 솜씨도 일취월장했다. 물론 여느 요릿집의 근사한 음식이 아니라 '집밥'이니깐. 무엇을 해주든 "잘 먹겠습니다."를 외쳐주는 가족이 있어서 나름의 내 음식에 만족한다.
소년의 레시피는 가족을 위한 음식에서 출발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동생이 즐겨먹는 음식에서 시작해서 자신만의 레시피 노트를 만들고 아빠의 생일상을 차려내는 든든한 아들이다. 학업이라는 '삶'에서 벗어나 음식을 향한 '열정'을 내뿜는 소년의 모습이 아름답다. 요리를 가늠하고 직접 장을 보러 다니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족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소년은 내면을 다져가고 있다. 차근차근 자신의 삶을 쌓아가고 있다. 일반고에서 요리를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입소문이 나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유명해지려고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시작한 '집밥'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을 차곡차곡 다져간다. 소년이 언제라도 요리에 대한 열정을 뒤로하고 다른 길을 가고자 하면 마음껏 해보라며 지원해줄 가족의 든든함이 있기에 오늘도 소년은 저녁밥을 지으러 야자를 빠질 것이다.
일상이 요리가 되는 소년의 삶을 응원한다. 잘하고 있다고 응원한다. 이리저리 휩쓸리기 쉬운 나이에 확고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소년의 '열정'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