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김민정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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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 안나 가발다 지음, 김민정 옮김 / 북레시피 펴냄

 

 

  원제는 Je voudrais que quelqu'un m'attende quelque part로 Anna Gavalda의 첫 작품이다. 작은 출판사에서 발간하여 999부로 초판 발행되었던 작품이다. 그 마지막 1권을 내가 구매해서 1,000권을 만들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초판의 999권이 오히려 더 정감 있으려나.. 딱 떨어지는 숫자보다. 후에 알음알음 알려져 베스트셀러로서 자리를 잡고 안나 가발다를 알리는 작품이었다니 그 어느 쪽이든(999권이든 1000권이든)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나도 빛을 발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좋은 작품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진다.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순간 어느 대목에서 "아,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하며 중얼거릴 수 있을 작품.


  본래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러 장편을 골라 책을 본다. 단지 취향의 문제이나 짧은 호흡을 가진 단편은 아쉬워서랄까. 그러나 프랑스 작가인 안나 가발다의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와인 같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쌉쌀하게 입안 혀끝에 감돌아 남아 있는 여운처럼. 비록 짧은 호흡을 가진 이야기지만 그 뒷 상황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사랑을 품은 이야기이다. 남녀 간의 사랑을 품기도 하고 가족 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애에 대한 아량, 타인을 향한 배려 등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살아가는 힘을 부여하는데 간결한 문체로 '사랑'을 옅지만 넓게 도포하고 있다.


  프랑스의 풍경을 그려본다. 생제르맹데프레의 거리를, 기욤텔, 코르베이 7번 국도변, 쉴리, 콩방시옹, 외젠고농 등 프랑스의 낯선 지역, 낯선 사람들이 마시는 와인만큼 생소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잘 숙성된 레드와인 같다. 코트드뉘 주브레샹베르탱 1986년산 레드 와인처럼.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일렁이고 있었죠.'(p25 본문 발췌) 고집스레 소설의 배경이 된 지명을 찾아봤다. 프랑스 어디쯤 위치한 곳일까. 소설을 통해 프랑스 각 지역을 여행하며 나만이 느끼는 색을 입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곳을 향하니 약간은 쓸쓸하게 나의 마음도 일렁인다.


  '살면서 예측 가능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해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별것도 아닌 뭔가가 왜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뭔가가 되어버리는지 우리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얘기다.' (p110 본문 발췌) 그렇기에 흐르는 물에 풀어진 수채화 물감처럼 자연스레 각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있을만한 당혹감과 없을만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읽으니 편안하다. 누군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린다면-그것이 잘 짜여진 약속이든 때론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든-좋겠다. 단조로운 일상, 어느 거리에서 우연찮게 누구를 만나도 좋겠다. 아니 아무런 약속이 없어도 내가 누군가를 기다려도 좋을 것 같다. 텅 빈 마음의 자루를 채울 누군가의 한 마디. "그러니까... 그렇게 심각할 건 없네?"(p186 본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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