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 세트 - 전2권
이광수 지음, 방남수 엮음 / 시간여행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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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 / 이광수 지음 / 방남수 엮음, 시간여행 펴냄

 


  춘원 이광수, 난 이 저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한국 최초 장편 근대소설인  [무정]을 썼고, 친일작가라는 정도. 솔직히 무정도 안 읽었다. 친일이라니. 그런데 이번에 [원효대사] 서평을 신청하면서 고민했다. 2.8 독립선언서를 기초했고 독립운동을 했던 문인이지만 변절함으로써 친일작가로 돌아선 그를, 독립문을 힘차게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닌 일본을 위해 붓을 들은 그를 외면했다.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독립을 위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많은 독립투사들과 많은 이들의 울분을 배신하는 것 같았다고 할까. 그러나 이번에 서평을 신청하면서 이광수의 번뇌-친일에 대한 번뇌-가 원효대사의 번뇌로 작품에 드러나지 않을까, 본인이 한 선택에 후회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 작품을 오롯이 그 작품으로만 해석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작가의 사상이 들어 있을 터이니 외면해야 하는가. 책 한 권 읽기 위한 번뇌의 연속이다.

 

  듣그럽다. 번뇌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그 점을 주목해서 작품을 읽었다. 파계승이라는 오명 아래 '대사'라는 이름을 버리고 '거사'라 불리길 자청했던 원효. 신라 불교에 있어 그의 업적은 실로 놀랍다. 깨우침이란 무엇인지 끝없이 고뇌했던 그이기에 이광수의 글 솜씨가 아니라, 단지 '원효'를 바라보기로 했다. 그 옛날 요석공주와 아사가의 원효를 향한 일편단심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을 읽는 동안은 나도 원효대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요석공주와의 짧은 삼 일간의 인연이 여전히 그를 따라다니며 번뇌케 하니 파계승이 된 자신을 스스로를 복성거사라 칭하며 탁발을 하고 떠돌아다니며 이치를 깨닫고자 고행한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전염병이 돈 마을을 구휼하고, 어느 절에서 불목하니로 겨울을 나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거지들과 지내며 그들의 마음을 다잡아주고 도적 소굴에 들어가 보살의 마음을 살피게 한 그는 본래 화랑이었다. 신라의 화랑은 아름다운 청년-얼굴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바른 가짐, 지식 등 모든 면에서 아름답다 여겨지는 이들이 화랑이 되었다. 그만큼 원효는 무예도 뛰어났다. 그런 그가 화랑을 버리고 불가에 귀의하여 설파한 것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일찍이 화엄경을 주석하고 왕실에서조차 원효대사의 덕력을 높이 칭송하였으나 진덕여왕의 죽음과 요석공주의 구애로 인해 번뇌에 쌓인다. 그 인연의 끈을 공고히 매듭짓지 못해 파계의 길로 들어서게 되어 끝없이 번뇌하는 원효대사는 스스로 머물던 곳을 떠나 끝없이 정처 없이 떠난다. 아는 것과 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편히 두고자 아니하고 스스로 자처하는 고행이 결코 고되지 아니한 것은 모든 것은 마음에 그리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무엇에나 거칠 것 없이 바르다 생각이 들면 '行(행)'하였고 자신의 무지를 일깨우는 이가 있으면 기꺼이 경배했으며, 부처의 마음으로 중생을 돌봤으니 '원효대사' 그의 이름이 후대까지 칭송을 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기하는 자들이 있고, 헐뜯는 중생들이 있기 마련. 그러하면 어떠하리, 저러하면 어떠하리. 스스로를 낮추고 오욕을 떼어버리고자 끊임없이 번뇌한 그를 어찌 귀인이라 부르지 않을까.


  세상을 향한 번뇌를 벗었을까. 그저 한 인간으로, 지아비로, 아비로 살고 싶지 않았을까. 모든 것은 마음에서 연유한다 큰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 깨달음 또한 때때로 세상사에 편승하여 마음을 어지러이 하니 끊임없이 원효대사는 갈구한다. 마음에 연유한 극락을... 인연이란 길고 긴 끈을 단단히 매듭짓고 중생을 위한 길, 나라를 향한 충정을 위해 불경을 읊은 원효대사를 칭송함은 과하지 않다. 그저 입으로만 떠드는 자들과 자신의 몸을 마다하지 않고 낮은 곳에서 어울린 그와 어찌 비교할까.


    소설 [원효대사]는 문체가 예스럽다. 2차 대전, 일제 치하에서 매일신보에 쓴 것이고 이광수의 문체가 그대로 묻어나는 것을 새로 엮었을 뿐이다. 그래서 조금 어려운 문장들이 있다. 옛 신라의 언어들을 빌어 원효대사가 수련하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참 낯설다. "강아라 강아라 강강 상아라."(본문 발췌)


  이 세상을 인토(忍土)라고 한다. 참을 만한 곳이란 뜻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났던 보람을 찾아야 한다."(2권 p72 본문 발췌), "힘들고 아프지 않고 되는 일이 어디 있소."(2권 p83 본문 발췌) 번뇌는 끊임없다. 잠시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에 잠시나마 평온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시련을 견뎌내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어마당아다.(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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