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지음, 소은선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湯, 행복 목욕탕.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하얗게 쌓인 눈 속에 온천 여관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가보지 않았으나 언젠가 접했던 이미지는(예전 박신혜 주연의 천국의 나무라는 드라마에서 봤을 것이다.) 설원의 온천이다. 이 책도 목욕탕이 배경이니 그러려니 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툇마루에 앉아 있는 듯한, 그 햇살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가 보이는 풍경이다. 아련함이 있는, 그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 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눈을 감고 오롯이 느껴보고 싶은 풍경이다.  


서평-------


 

행복 목욕탕 / 나카노 료타 지음 / 소은선 옮김, 엔케이컨텐츠 펴냄


  목욕탕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좋아한다. 그 따뜻함이 좋고 목욕탕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삶이다. 그 모든 것이 행복 목욕탕이 주는 '다행'이라 여기던 '幸'이 잠시 멈칫 한 것은 아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빠의 부재가 1년이나 되었지만 엄마(후타바)와 딸(아즈미)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다만 목욕탕의 굴뚝에는 더 이상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 엄마 냄새에 안심을 하고, 딸의 홀로서기를 응원하며 든든하게 곁을 내 주는 엄마이고 그렇게 둘의 유대는 아빠의 부재를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엄마는 자신의 시한부 삶을 진단받는다. 다시 아빠를 찾고 새로운 가족과의 유대를-한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저녁을 챙기는- 쌓아가며 주변을 챙기는 후타바와 가족, 가족은 아니지만 마음을 연 이들이 함께 펼치는 행복한 이야기다.

 

  [幸湯]의 색은 어떤 빛일까, 슬픔과 행복이 공존하는 것일까. 속지의 색이 오렌지이니 내 나름대로 행복 목욕탕의 색을 정해 버렸다. 태양을 품은 색이다. 타오르는 붉은 태양을 넘어서 어슴푸레한 낙일(落日)을 품은 색이다. 파란 하늘에 석양이 물들 듯이. 다시 태양은 떠오를 것이라 희망을 품는. 프롤로그는 사라진 아빠로 인해 멈춰버린 목욕탕에서 시작한다. 입을 굳게 다문 굴뚝은 마지막 장에서는 다시 피어오른다. 함께 한 이들의 고마움과 함께. 행복 목욕탕이 위치한 마을에 색을 입혀 보았다. 파란 하늘, 오래되어 빛바랜 목욕탕, 무채색의 도시. 어느새 그들이 다시 모여 색색을 갖추는 [행복 목욕탕]이 그려진다.

 

  비록 '죽음'이라는 전제가 묵직하게 깔려 있어 나를 못내 슬프게 했지만 '나는 지금 딸에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을 전력을 다해 해두고 싶다'(본문 발췌)라는 엄마의 독백처럼 엄마의 자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딸 아즈미에게 피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남편의 딸일지도 모르는 열 살의 아유코를 감싸 안으며, 말없이 사라진 남편 가즈히로의 자리를 되찾아 주는, 온 마음으로 사랑한 딸 아즈미의 친모인 기미에를 향한 배려, 누구에게나 특유의 에너지로 다가서며 주변을 밝게 해주는 후타바의 밝음과 타인을 향한 시선을 배우고 싶다. 그녀의 자리가 비록 힘들었을지라도 세상을 향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그녀의 강인함을 동경하게 된다. 그런 그녀의 죽음이 나는 슬프다. 행복 목욕탕에 더 이상 없을 그녀의 자리가 못 견디겠다. 나의 마음을 알듯 그의 가족은 그녀가 늘 곁에 머물도록 죽음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하는 방법을, 그들의 방식으로 준비한다. 가족이었으되, 어찌 보면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그녀의 가족들은 여타 다른 가족들보다 더 하나인 듯, 여전히 그녀는 그들을 걱정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모두, 고마워."(본문 발췌) 


  '엄마가 좋아했던 굴뚝은 듬직하게 "물씬물씬"하고 빨간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본문 발췌) 그녀가 좋아하는 빨간 연기가 피어오른다. 행복 목욕탕의 굴뚝은 언제까지나 피어 오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연기와 함께 그녀의 숨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제 새로이 자리를 채운 그녀의 가족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좋은 날, 기쁜 날, 그녀가 그리운 날 샤부샤부를 먹으며 외칠 것이다. "샤~부, 샤~부."


  역시 진한 커피보다는 티슈 한 통을 준비했어야 했다.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이 어디서 연유된 것인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울면서, 가슴 먹먹하면서도 미소 지을 수 있는 [행복 목욕탕]은 주어진 삶에 잠시 어긋남이 있어도 다시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빛내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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