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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픽 - Polar Fix Project ㅣ 스토리밥 문학선 1
김병호 지음 / 스토리밥 / 2017년 3월
평점 :

서평--------------------------------------------------
폴픽_Polar Fix Project / 김병호 지음, 스토리밥 펴냄
이 소설의 색을 칭하자면 한 마디로 푸른빛이다. 생명을 어루만지는 투명한 푸른빛에서 죽음을 아우르는 검푸른 빛까지 푸른빛이 가득하다. 푸른빛 너머로 바라보이는 진실은 충분한 거리를 두고 다가온다. 우주에서 유영하며 바라보는 지구의 아찔한 푸른빛도(p12), 새로운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지구의 안위보다는 몇몇의 이익(그것이 생명이라 할지라도)을 꾀하려는 사람들의 눈빛도(p85) 푸른빛이 짙게 깔려있다.
2017년 주인공이 우연찮게 발견한 한 파일은 기괴하게도 알 수 없는 현상을 거쳐 동영상으로 재생된다. 2050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지구 궤도를 바라보는 우주인의 시점에서 촬영된 것이다. D-2970h로 시작하는 시간 개념은 소설이 진행될수록 숫자가 줄어든다. 그렇게 D-2451h까지 줄어들다가 의식의 어둠 속에서 다시 D-2452h로 끝을 맺는다. 태양계의 블랙홀은 지구를 향하고, 지구의 재앙이 시작되었다. 자전축이 뒤틀리고 대지진과 화산 폭발,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모든 재앙은 지구를 뒤덮었다. '인간의 자만심은 흔적 없이 붕괴했다. 무너진 것들이 쌓인 곳은 바로 무덤이었다.'
지구의 종말, 인류의 멸망.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세계는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소설은 이 시점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지금의 지구와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는커녕 여전히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지구 곳곳은 무너지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하고 싶었으리라. 인간의 자만심의 끝이 어디인지,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스스로를 몰락시킬 수 있는지 경고하고 싶은 것을 이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구는 스스로 살아보고자 몸을 비틀었다. 인간의 이기심 아래에 깔린 채 낮은 신음을 흘리며 무수히 많은 경고를 보낸다. 사라지고 있는 북극의 빙하가 그러하고 곳곳의 지진과 홍수가 그렇다. 속절없이 잘려나간 나무들은 휑한 대지에서 뒹굴고 숲을 거쳐야 할 바람들과 태풍은 거칠 것 없는 공허함을 내뱉는다. 그 피해로 인간뿐만 아니라 생태계 곳곳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구의 생명력이 얼마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재의 삶과 후대의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수많은 발전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바꾸었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의 파괴가 함께 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상생하는 방법,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날 것 그대로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을 일상이라고 표현한다면 우리는 얼마큼의 일상을 평화롭게 맞이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죽음이 목전에 다다랐다면 선택된 자들만 '노아의 방주'에 오를 것인가? 일반적인, 평범한 일상을 축복으로 여겼던 사람들은 과연 눈앞의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과연 내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스로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죽음이라고(p56 본문 발췌) 말하며 미래가 없으면 과거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p82 본문 발췌) 것을 인간의 생명에 부여하는 진중함과 죽음의 처연함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들려준다. 생명을 향한 몸부림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의연함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공상과학이라는 틀 속에서 우리가 품어야 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은 지체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