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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ㅣ 팝콘북
이부키 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컴퍼니]
이부키 유키 지음 / 민경욱 옮김 / (주)서울문화사 펴냄
어느새 현실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여전히 변한 것 없이 흐르는 시간에서 홀로 변화를 맞이한다. 늘 서있던 자리, 굳건하리라 생각했던 울타리의 붕괴에 부서진 마음을 안고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열정', '노력'의 이름에도 비껴가는 상황, 여전히 삶은 흐른다. 사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성실함이다.
꾸준히 지켜온 자리가 무너졌다. 갑작스럽게 이혼을 통보받고 20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는 좌천되어 발레단을 서포트 하는 일을 하게 된 중년의 남성 아오야기. 마라톤 선수 트레이너에서 발레 무용수를 관리하는 일을 전담하게 된 20대의 유이. 해외에서 활동 중인 발레니노 다카노와 발레 컴퍼니 단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발레 컴퍼니의 공연 '백조의 호수'를 성공시켜야 하는 이들의 고군분투한 삶에서 인간 내면의 고독과 좌절, 희망과 가능성이 잔잔하게 솟구친다. 살아야 해서, 살아가야 하니 아낄 수 없는 노력과 열정이 공동의 목표를 가진 동료와 이뤄나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누구나 인생에서 바라지 않는 형태로 이제까지의 자신과 헤어질 때가 와요. 마음의 칼날이 부러질 때가. 하지만 부러진 칼도 녹여 다시 두드리면 되살아나요."(p119)
인생의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마음을 굳건히 하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 안주했던 시간을 던져버리고 도전하는 마음이다. 변화는 예고 없이 다가온다. 포기, 절망에 빼앗기기엔 삶은 다채롭다.
주어진 현실, 채워야 할 시간을 각고의 노력으로 차근차근 변화시키고 자신을 감당한다.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간다.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제약에 부딪혀도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얻는 성취는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삶의 일부분으로 지속된다.
"왜 춤을 추냐고 물으면 다카노 씨는 뭐라고 하실 겁니까?""왜 사느냐고 물으면 아오야기 씨는 뭐라고 하실 겁니까?""의미 같은 거 찾지 않아도 그저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마음이 원하는 것을 쫓으면 되죠."(p301)
인생을 살아가고 지속하는 것. 원하는 것을 하는 것. 삶의 새로운 세계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여는 용기를 응원한다. "다음 무대의 막이 오르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