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月마다 한 권씩 만날 수 있는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중 6월,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를 만났다. 진한 계절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46점과 어우러진 시 30편이 실려있다. 하루에 하나씩 가슴을 두드리는 시를 만날 수 있다.
노천명의 <유월의 언덕>을 시작으로 국내 시인뿐만 아니라 일본 시인 3인의 <하이쿠>, 영국 시인 로버트 시모어 브리지스의 <6월이 오면, 인생은 아름다워라>가 수록되어 있다.
계절 초입에 들어서며 창밖을 바라보고, 짙은 밤의 그림자를 쫓고, 새파란 하늘 아래서 즐기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에드워드 호퍼는 모 기업의 광고에 등장하면서 익숙해진 만큼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사실주의'로 일상을 그려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동양의 서정시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각 작가의 약력을 책 말미에 소개하고 있어 시와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윤동주의 작품이 가장 많이 실려 있고 윤곤강, 한용운, 백석 등 17명의 숨소리가 들린다.
여름밤의 숲, 나무 사이로 흐르는 바람, 어둠을 밝히는 달의 그림자와 햇살 가득한 파란 하늘, 아침을 맞이하고 한낮의 꿈을 꾸며 그 아래 숨 쉬는 만물을 느껴볼 수 있다.
무심한 눈을 들창으로 치어들다.
한 조각 푸른 하늘이 눈에 뜨이여
이 얼마 하늘을 잊고 살던 일이 생각되여
잊어버렸든 귀한 것을 새로 찾은 듯싶어라.
<한 조각 하늘> 중 / 박용철
30일에 수록된 로버트 시모어 브리지스의 <6월이 오면,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Life is delight when June is come> 원문으로도 수록되어 있다. 기존에 접했던 시도 있고, 새로이 알게 된 작품도 있다. 6월의 두근거림을 시 한 조각에 담아 마음을 읽는다.
나는 노래를 만들고, 그녀는 노래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건초더미 보금자리에,
아름다운 시를 읽어 해를 보내오.
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6월이 오면, 인생은 아름다워라> 중 / 로버트 S. 브리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