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 떠날 자유 - 볼 수 없는 남편과 걸을 수 없는 아내의 위태롭고 짜릿한 유럽여행기!
제삼열.윤현희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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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 떠날 자유] 제삼열, 윤현희 지음 / 꿈의 지도 펴냄 



비장애인의 동행 없이 장애인 부부가 여행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준비해야 할 단계에서 장애인의 여행을 위한 정보를 거의 찾기가 힘든 만큼 1급 시각장애인 제삼열, 1급 지체장애인 윤현희 부부의 도전은 모험이고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 낯선 이들 속에서 비로소 느끼는 자유, 육체가 지닌 속박에서 벗어난 희망이 이들의 글을 통해 전해진다. 


해외여행을 한다는 설렘을 느껴보기도 전에 비행기 탑승과 호텔 예약 등 난관에 부딪힌다. 그러나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던 유럽으로의 10일 여행을 이들은 보란 듯이 해냈다. '여행을 다녀왔다'라는 즐거움을 넘어 이들의 성취가 장애인들의 여행을 위한 발걸음이 될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전동 휠체어의 배터리 분리 문제와 항공 화물 기준에 적합한지 크기를 확인하고 탑승, 호텔에 장애인 시설 여부를 묻는데 있어 호텔 예약 사이트도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힘들었던 준비 과정을 보며 참 씁쓸하다. 미리 확인하고 알아봤어도 장애인이라면 편견부터 갖고 보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여행의 즐거움이 불쾌함으로 얼룩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창공을 바라보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틈도 없이 불편함에 화장실 가는 것을 줄여야 했고(그러고 보니 비행기에서 장애인 화장실은 못 봤다.) 행여 다른 이에게 피해가 갈까 전전긍긍하며 비행을 마쳤다. 그렇게 8시간 시차가 있는 영국에 도착해 그들이 느낀 감정은 참으로 벅찼다. 


"휠체어를 타고, 시간을 건너온 기분이 어때?" 내가 물었다. 

"시간을 벌어들인 느낌이야." 아내가 말했다. 

(p.42 본문 발췌) 


장애인의 입장에서 여행을 하며 느끼는 시설물의 불편함, 따스한 손길에 대한 고마움, 낯선 시선에 대한 무던함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갔다. 일반적이라 생각했던 시스템이 누군가에겐 많은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_장애인이 행복한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이 슬로건처럼 공공시설물을 이용함에 있어 장애, 비장애의 구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한국을 여행하며 각기 장단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행에 있어 이들에게 중요했던 것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진정함으로 대하는 마음, 기꺼이 내밀 수 있는 손길이, 따스한 배려가 이들의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영국 교통카드 발급과 지하철 이용에 도움을 준 여성 역무원, 언어가 달라 프랑스에서 집시들과의 마찰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서서 장애인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운 흑인 역무원, 파리 공항에서 부러 기다려 탑승과 휠체어 수하물 처리에도 기꺼이 도움을 내민 대한항공 직원, 상황에 따라 어려움이 없지 않았으나 여행을 간직하고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인간에 대한 예우이다. 


"우리를 향해 손 내밀어 준 사람들, 우리를 위해 안배돼 있던 사회 시스템. 하나같이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누군가로부터는 힘을 얻으며 살고 싶다. 그렇게 얽힌 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p.208 본문 발췌) 


여행에 마침표가 찍혔다. 그러나 이들의 여행은 다시금 시작된다. 

'당신이 누구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당신의 여행을 그리고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에필로그 마지막 문장)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여행의 자유를 장애의 유무를 떠나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을 시각장애인 입력 봉사로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지만 여행을 하고 그 벅찬 감정을 담아낸 제삼열 저자의 마음을, 윤현희 저자의 불편한 육체를 넘어선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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