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워낙에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미하리라...과라서 또는 용머리에 닭꼬리과라서 뭐든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시들해지는 터라, 이제 맡은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남짓 남은 팀 업무가 이렇게도 하기 싫고 지겨울 수가 없다.
원래 6개월 근무명령이지만 딱 끊기 어중간한 2월 17일까지라 그런지, 아님 워낙에 일을 잘 해논건지, 그도 저도 아니면 새 팀에게 인수인계하는 게 번거로워서인지(물론 가운데라고 우길 만한 주제는 못 된다. 안다.) 보스는 어지간해서는 인수인계 스케줄 결재를 해주지 않는 상태이다.
이사갈 날 받아놓으면 그 즉시, 지금 사는 집에 정이 똑 떨어지고, 인사이동 있을 때면 옮기기도 전부터 지금 하는 일이 싫어진다. 어딜 가나 무슨 일을 하나 마찬가지일 텐데...가지 않은 길이란 가끔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을 하찮게 여기게도, 그래서 결국은 돌아서서 후회하게도 만든다.
무슨 업무를 맡게 될 지 결정된 바 없으나,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아마 내 후임으로 올 후배가 빠져나온 자리로 쏙~~~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 잘하는 사람 빼내서 그 자리에 앉을 만한 배짱도 없을 뿐더러 '절대 저 자리는 안돼' 하는 자리는 많으나, 가고 싶은 자리도 특별히 없으니 말이다.
당분간은 이런 배터리방전모드가 지속될 듯 하다.. 하지만 최대한, 아니 수선스럽다 싶을 정도로 오바하며 웃으려고 하는 중이니까..그래도 난 잘하고 있는 거야 스스로 칭찬해 가며 조금씩 충전해가며 살고 있는 중이니까...언젠가는 봄도 오겠지..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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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몽골 여자(여학생정도로도 보였는데..잘 모르겠다..)한 명이 사무실에 들어와서 열쇠고리를 팔려고 했다. 윗분들은 들어오는 곳 아니라고 금세 내쫓았는데,,나가면서 큰소리로, 어눌한 한국말로 '열심히 일하자' 그러면서 나가더라..
낯선 곳,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들로 나 같음 하루에 열 두번도 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정신 없을 이 곳에서 씩씩한 그녀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