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은 오래 끓여 걸쭉해지기 시작한 매운탕이다. 바야흐로 인생의 뼛속 진국이 우러나오는 시기다. 마지막 젊음이 펄펄 끓어 오르고, 온갖 양념과 야채들의 진수가 고기 맛에 배고 어울리는 먹기 딱 좋은 시절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절정을 살짝 지나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마흔은 한 움큼 잡히는 옆구리 살에서 시작한다. 술 취한 다음날 아침이 괴로워지고 숙취가 길어지면 마흔도 익어간다. 읽기 위해서 안경을 섰다 벗었다 하고 신문을 점점 멀리 보내면서 마흔의 황혼기로 접어든다. 조금씩 내려앉는 잇몸, 새벽 2시의 불면증, 당혹스러운 건망증, 우두둑거리는 어깨관절뼈 소리를 들으며 어느덧 마흔아홉이 지나간다. 40대의 10년은 이렇게 저문다.

-구본형,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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