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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정의 맛있는 책
최화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요리를 좋아한다. 남자가 요리를 좋아한다면 조금은 웃겠지만, 요리책을 볼때면 늘 가슴이 설레인다. 책을 딱 펼쳤다. 돈가스 사진이 보인다. 잘라난 단면으로 살짝 보이는 부드러운 살코기와 적당히 노릇하게 구워낸 튀김, 가늘게 정성껏 썰어놓은 양배추와 돈가스 위에 윤이 나게 뿌려져있는 소스. 매스드포테이토와 옥수수로 멋까지 내고. 그 옆에 놓여있는 대나무 젓가락. 아 보고만 있어도 침이 꼴각 넘어가고,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보기만 해도 맛있게 요리를 해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그들의 얼굴만 생각해도 행복해지지 않는가.
생기발랄함. 늘 먹는 것을 좋아해서 요리하고 친구들과 만들어먹고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최화정씨가 요리책을 냈다. 그녀의 색깔이 물씩 묻어나오는 요리책!
나에게는 요리책이 한권 더 있다. '이현우의 싱글을 위한 이지쿠킹'. 늘 그가 들려주는 어눌하지만 담백한 말투. 약간의 수줍음 가득하게, '자, 여러분. 카레만드는 법을 가르쳐드릴께요. 먼저 고기와 감자, 양파, 당근을 준비하세요. 네모낳게 적당한 크기로 깍뚝 썰고...'
이 책에 비교해본다면 최화정씨는 이렇게, '아아~ 종종 비오는 날이면 따끈한 아랫목에 배깔고 누워 만화책을 보면서 부침개가 먹고 싶어지지 않나요? 김치전, 부추전, 해물전, 그렇죠? 여러분..' 한단계 높은 옥타브와 늘 새벽이슬을 먹는듯한 생기발랄함이 이 책에 가득히 묻어있다. 그냥 훑어보아도 이현우 책에 비해서 글이 많다. 자질구레한 곳까지 신경써주는 섭세함.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가?
요리는 행복이다. 재료를 준비하고 정성들여 만드는 요리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그 행복은 음식을 나누는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행복은 조그마한 곳에 있다. 비오는날 따끈한 부침개를 부쳐 친구와 함께 먹으며 수다를 떤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sweet thing. <최화정의 맛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