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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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늘 흥미로운 이야기다. 불난집 구경하는것처럼 전쟁의 당사자에게는 피를 말리는 공포와 고통이겠지만, 나중에 그것을 바라보는 이는 풍부하고 긴장감넘치는 재미가 아닌가. 전쟁에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죽음이 눈앞에 보이는 그러한 상황들. 때로는 멋진 전술로 상황을 역전하여 승리하는 쾌감을 주기도 하고, 우두한 상황판단으로 쓰라린 패배를 느끼게도 하고 말이다. 전쟁에는 인간사가 집약되는 느낌을 준다. 극단적인 상황들이 인간의 본래 모습들을 드러내게도 하고, 감추기도 하기때문이 아닐까.

시오노 나나미의 글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발간된 책을 읽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역사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객관적인 역사에 근거를 둔다. 일반 역사책보다 더 정직하고 풍부한 역사자료가 돋보인다. 또한 시오노나나미의 책은 소설이다. 단순한 역사의 서술이 아닌 풍부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시간속에 묻혀져 버렸던 역사들이 생생한 현실감으로 되살아난다.

지금은 쓸쓸한 흔적만이 가득한 베네치아도, '바다의 도시 이야기'라는 책에서는, 조그마한 도시국가가 지중해를 제패하고 터키와 제국국가들의 위협에 대응하고 발전해나가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에 손에 땀을 지고 빠져들게 된다. 전쟁 3부작 레판토해전에서는 터키의 대 함대를 앞에두고 서 있을 베네치아 제독의 긴장과 고독이, 그들의 함성과 사기가 내게도 들려오는 듯 하다.

3편으로 이루어져있는 전쟁 3부작. 많은 분량이 아니니,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읽으면 좋겠다. 역사에는 다양한 인간상이 나타난다. 전쟁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전쟁터에서는 더 집약적이고 다양한 인간상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역사는 늘 변해도 사람은 별로 변하는게 없다. 자신의 임무에 묵묵히 충실해 해내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체를 배신해버리는 사람, 허황된 명분보다 실리를 쫓는 사람, 명분을 위해 그릇된 판단을 하는 사람들. 우리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번 가을, 풍부한 역사와 생동감넘치는 상상력이 가득한 시오노 나나미 전쟁 3부작에 빠져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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